[백제땅순례기] 가보셨나요? 청양 백제문화체험박물관

논산계룡신문 | 기사입력 2017/03/13 [20:03]
의병의 땅 칠갑산 청양

[백제땅순례기] 가보셨나요? 청양 백제문화체험박물관

의병의 땅 칠갑산 청양
논산계룡신문 | 입력 : 2017/03/13 [20: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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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제는 삼국시대의 태고적 이야기가 아니다. 우리 문화의 원형질일 뿐 아니라 해외로 뻗어나간 세계문명의 진원지이다. 시공의 확장성을 품은 백제를 지금 이 시점에서, 다각도로 접근해볼 필요가 있다. 국내외 가볼 만한 곳이 참 많지만 내가 살고 있는 백제땅, 우리집과 과히 멀지 않은 이곳저곳을 유심히 살펴보고 캐물어보는 인근 여행이 뜻밖의 답을 줄 수도 있다. 봄을 맞아서, 여행작가 몇이 먼저 걸어간 길을 따라가 보자. 첫 여정은 가깝고도 먼 청양이다.

- 편집자 주

 

SNS문화탐방기자단 일행이 탄 버스가 청양군 어느 산골짜기로 들어섰다. 청양군 목면 본의리 칠갑산그린헬스라는 농장이다. 고추장 담그는 체험을 하려고 농장 앞에 섰을 때 하늘에서 눈발이 한둘 휘날렸다. 찌푸린 날씨에 제법 바람도 불었지만 고개를 바짝 쳐들고 가파른 언덕길을 따라 힘차게 걸었다. 덕택에 추위는 저리 물러가고, 능선 위로 올라서면서부터는 건강한 심호흡을 되찾았다.

 

산중턱에 자연 친화적인 설계와 구조로 베란다며 너른 뜰이 배치되어 자연과 더불어 살아가는 사람들의 인간적인 체취가 좋게 느껴졌다. 이곳 고추장의 향과 맛이 일품이거니와, 청국장 맛이 너무 좋아서 직접 사가기도 하고 그 맛을 보러 멀리에서 일부러 찾아오는 사람도 적지 않다고 한다. 창밖으로 여전히 눈 내리는 가운데 일행이 양념이랑 다 큰 용기에 퍼부어서 고추장 완성품을 만들오 포장까지 했고, 곁들여 투박하게 생긴 난로에서 구운 고구마도 먹는 등 노래와 재담과 축제가 함께 벌어졌다.

 

▲ 국내 최장인 천장호 출렁다리. 맨 끝에는 용과 호랑이의 전설이 커다란 실체로서 기다리고 있다. 탑정저수지에 생길 출렁다리가 기대된다     © 논산계룡신문

 

▲ 국내 최장인 천장호 출렁다리. 맨 끝에는 용과 호랑이의 전설이 커다란 실체로서 기다리고 있다. 탑정저수지에 생길 출렁다리가 기대된다.     © 논산계룡신문


▲ 국내 최장인 천장호 출렁다리. 맨 끝에는 용과 호랑이의 전설이 커다란 실체로서 기다리고 있다. 탑정저수지에 생길 출렁다리가 기대된다.     © 논산계룡신문

 

국민가요 칠갑산

 

청양의 위치를 백제역사에서 공주와 부여의 배후 단지 정도로 아는 사람들도 많다. 그러나 청양은 연구와 발굴 성과가 커질수록 공주와 부여 못지않게 중요한 역사적 거점이며, 이후 조선 시대에 이르기까지 수도인 한양으로 가려면 통과해야 하는 국도의 주요 기점이라는 점에서 간과할 수 없는 비중과 존재감을 자랑했던 곳임을 들어서 알게 되었다. 출렁다리로 가는 길에 콩밭 매는 아낙네 동상이 먼저 반긴다. 무슨 유명한 인물인가 하지만 그것은 아니었다. 다름 아닌 칠갑산 노래의 주인공이다.

 

콩밭 매는 아낙네야 베적삼이 흠뻑 젖는다.

무슨 설움 그리 많아 포기마다 눈물 심누나.

홀어머니 두고 시집가던 날 칠갑산 산마루에

울어 주던 산새 소리만 어린 가슴 속을 태웠소.

 

비애감을 자아내는 국민가요 ‘칠갑산’이다. 칠갑산은 충남 중앙 부분에 꼭지를 튼 청양의 실재하는 명산이다. 이 노래 작곡가 조운파선생은 칠갑산이 냇물 건너 보이는 부여의 한 마을에서 태어났다. 청양에서 냇물을 폴짝 건너뛰면 부여다. 그 마을이나 이 마을이나 이웃으로 살면서 밭뙈기 하나 없는 가난한 농가로 어머니들이 그 고통과 애환을 가슴에 안고 자식들을 키운 곳이다. 어린 딸을 민며느리로 보내 밭 한 뙈기를 받고, 가족 생계를 이었으니 ‘포기마다 눈물’ 심는 것 말고 친정어머니가 할 수 있는 일이 없었다. 민며느리로 떠나는 어린 딸의 심정은 또 어떠하였으랴? 빈곤한 한 세기를 견뎌온 것은 민족 전체의 설움이자 정서이기 때문에 전국권으로 공감대가 그만큼 넓은 것이다.

 

천장호 산책길도 평탄하고 넓어 도보관광에 쾌적하다. 백제의 찬란한 역사가 숨 쉬는 이곳 청양에서 천장호 출렁다리가 명물이고, 진입구에 청양의 상징으로 설치된 붉은 원색의대형 고추가 클로즈업하여 시야에 들어온다. 이곳 청양에서 축제적 분위기를 돋우는 관광지 심볼이다.

 

비와 진눈깨비가 뒤섞인 물기를 뒤집어쓰면서 우산도 안가지고 아무 대책도 없이 흔들흔들 다리를 건넜다. 그런 사정을 아는지 모르는지 비는 오다가 그치다가, 잊을 만하면 진눈깨비로 돌변하곤 했다.

 

다리가 흔들릴 때마다 에너지가 더 소모되어 고 연령층 관광객들에게는 고역이 될 수도 있겠지만, 그렇다고 되돌아 갈 정도는 아니다. 워낙 경사가 없는 평지 수준이라 왕래가 편하고, 강물과 더불어 주위의 탁 트인 경관을 바라보면 너무나 즐겁기 때문이다.

 

청양군은​ 백제문화 인지도 향상과 외국인 관광객 유치 등 관광홍보에 열을 올리고 있다. 칠갑산 청정 자연과 백제 수도(​웅진, 사비)와 연계한 장점 홍보, 관광상품 체험 등 다각도로 노력하고 있다. ​자연에 관광자원을 가미한 출렁다리, 청양 전통문화와 5일장, 힐링과 고운식물원 방문 등으로 청양의 매력에 듬뿍 빠지도록 한다는 것이다.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의 백제 유산으인 공주, 부여를 부각시켜 시너지 효과를 내게 한다. 일본 지자체와 관광당국자들과 교류하면서 지역 행복생활권 협력사업과 '1400년! 백제의 숨결 따라 한걸음씩' 등 테마로 일본관광객 확충의 비전도 펼쳐 보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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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개관한 백제문화체험박물관

 

새로 개관한 박물관의 입장객이 된 것도 시기적으로 행운이었다. 정산면 학암리 가마터 등 백제시대 유물이 다량 발굴돼 청양이 백제의 요충지로 새롭게 부각되고 있는 가운데 장곡사가 있는 장곡리 일원에 ‘백제문화체험박물관’이 2015년 10월 28일 개관했다. 청양군이 130여억 원의 예산과 심혈을 기울인 곳이다. 토기가마 전시실 및 체험장, 역사관, 민속유물실, 금광체험장 등을 두루 갖췄다. 백제인의 후예로서 백제권 문화의 정체성을 되살린다는 각오를 실현시킨 것이다.

 

지난달엔 체험프로그램을 비롯해 대대적인 개관 기념 특별행사, 문화행사가 있었다. 금광·백제토기 체험행사 및 농경문화 체험행사, 어린이 그림그리기 대회, KBS전국노래자랑, 학생 바둑대회와 연예인 초청 축구경기, 시낭송 경연 및 작은 음악회 등으로 성황을 이뤘다. 군민이 손을 잡고 앞으로 이 주변을 ‘백제촌’으로 백제 생활문화를 재현토록 하고, 또 다른 많은 행사를 통해 국민적 축제로 승화해나갈 계획이라고 한다.

 

현대시설과 친절한 해설판과 고대문화 복원이라는 3박자가 잘 맞아서 역사전시관으로서 손색없다는 것이 우리 일행의 소감이었다.

 

백제가 융성하였던 삼국시대뿐 아니라 주민들이 이 지역을 거점으로 생활을 영위하여온 전반적인 역사를 잘 요약하여 설명해준다는 점에서도 장점을 보여주고 있었다.

 

그래도 역시 이 박물관을 개관한 최고의 미덕이라 한다면 백제 토기를 생산하던 불가마를 원형 그대로 재현하고자 노력한 결과라 할 수 있겠다.

 

전문가라 하더라도 이곳에 와서 보면 그 규모와 정성들여 일구어낸 가마터와 발굴현장의 분위기를 살리고자 애쓴 노력에 대해 좋은 평가를 내리지 않을 수 없을 것이다. 이외에도 항일운동과 민족정신을 드높이고자 노력한 선각자들의 모습을 재현하고자 설치한 초등학교 교실의 실물대 모형 앞에서는 숙연한 마음과 더불어 한 새데 전 풍속도를 그리며 아련한 추억의 시간을 가질 수도 있을 것이다. 자녀를 대동하고 가족이 함께 전시장을 둘러본다면 더욱 보람이 있는 한 순간이 될 것이다.

 

번암 채제공과 다산 정약용

 

백제문화체험 박물관 관람 중 조선조 영조와 정조에 걸쳐 충신으로 이름을 드날린 번암 채제공, 그리고 정조와 더불어 트로이카 체제를 형성하였던 조선 최고의 인재인 다산 정약용의 연고지로서 이곳을 소개하는 설명 자막이 눈에 띄었다. 방문하는 지역의 향토지리지를 이해하고, 역사의 배경을 살펴보는 일이야말로 여행의 진정한 맛과 깊이를 더해주는 일이 아닐까 한다.

 

필자는 올 초 숙종과 영조, 정조에 이르는 다양한 인문학적 자료를 수집하여 출판사에 넘기는 기초 업무를 맡아서 두 달간 그 일을 했다. 개인적으로 제 22대 정조와 채제공과 다산 정약용의 3인의 아름다운 인간관계가 특별히 인상적이었다. 정조 임금과 다산의 경우에는 논문과 단행본과 자료도 많고, 픽션과 드라마도 많았다. 그래서 비록 의무적으로 주어진 일을 하는 것이지만, 한 사람의 독서인으로서도 그만큼 흥미가 진진했다. 채제공의 경우에는 드러난 자료가 그리 많지 않았다. 영조, 정조, 사도세자 등 인물을 통하여 간접적으로 자료를 모으려 노력했던 점이 기억에 새롭다.

 

채제공이 책임을 지고 관직에서 8년간 물러나 은거했던 서울 근교 명덕산(수락산)이 그의 고향인 줄로만 막연히 짐작하고 있었는데, 이번에 와서 박물관 설명에서 보고 공이 청양 출생인 것을 알았다. 그 당시 출생지 지명이 홍주(홍성)로 불리고, 이후 군 단위 행정구역 중 일부 지역들이 변형, 교체되어 일반인들로서는 금방 알아보기 힘들었던 이유도 일부 작용을 하였던 것 같다. 또 다산 정약용도 정조 말년인 1795년(영조 19년, 다산 34세) 천주교 사건에 연루되었으나 정조의 배려로 큰 화는 면하고 직위가 좌천되어 충청도 금정 찰방(종6품)으로 내려왔는데, 금정이 행정개편으로 지금의 청양에 해당한다.

 

두 사람의 이곳과의 인연에 대해서는 백제문화체험박물관에 자세히 적혀 있었고, 개인적으로도 두 사람은 각기 자기의 서출 자손들로 혼인을 맺었다는 흥미 있는 이야기도 올라 있었다. 수원 화성은 우리나라 성곽 건설 중 최고 수작으로 꼽힐 뿐만 아니라 그 당시로서는 획기적인 계획된 신도시라는 점이 후세에 두고두고 회자되고 있다. 이 수원성 건설을 채제공이 총 지휘를 맡고, 정약용이 축성과 기술적 지원과 노무의 모든 실무 과정을 책임지고 계획·감독했다. 말하자면 왕과 건설 회장과 본부장 격인 이들 정조-채제공-정약용의 삼각편대가 화성 축조를 가장 역사적인 업적으로 크게 성공시킨 것이다.

 

두 사람(정조까지 하면 세 사람)의 이야기는 1년 내내 계속해도 끝이 없을 정도로 무궁무진하다. 정치적으로 탁월하고 인격적으로 높고, 풍류와 문화적 감수성으로 치더라도 여간 운치가 있는 매력적인 인물들이 아니지만 무심한 세월의 흐름에 아쉽게도 1799년에 채제공, 1800년 정조가 세상을 떠난 후에는 더 이상의 발전이 멈추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러나 홀로 남은 다산 정약용은 시대의 역풍을 맞으면서도 파도처럼 밀어닥치는 난관을 극복하고 목민심서를 비롯한 수백 권의 값진 저서를 남기면서 오히려 이 기간을 민족사의 호기로 활용한다.

 

이들의 발자취와 더불어, 번암(채제공) 선생의 사당과 유적지와 후손들의 증언이 남아있는 청양은 정말 대한민국의 특별한 역사의 고장이라고 할 만하다. 꽃피는 봄에는 가벼운 차림과 필기구를 갖추고 다시 한 번 청양을 찾아 깊은 사색의 시간을 갖고자 한다. 여야를 달리한 이해찬 이완구 두 전직 총리가 모두 청양 출신이라 한다.

 

항일 의병활동의 진원지

 

청양은 여행관광지로서도 이름이 높지만, 동시에 역사에 기록된 많은 선각자들의 활동이 기록과 증빙으로 남아서 찾는 이들에게 역사의 교훈과 더불어 자주적인 민족정신이 살아있는 충절의 고장으로서 그 아름다운 전통이 계속 이어져오고 있다.

 

청양에 있는 모덕사는 경기도 포천의 최익현 선생이 이사와 살던 곳(송암리 장구마을)에 있으며 1906년 청양군내 유림이 발의, 1913년 공덕사로 건립되었다. 1982년부터 관리사무소를 두고 청양군이 관리한다. 한말 의병장 민종식 선생은 이조참판까지 지냈으나, 1895년 을미사변 후 청양 정산에서 은둔생활을 했다. 을사늑약이 체결되자 정산에서 의병을 일으키고 최익현 선생과 합류했다. 서천·비인·판교·남포·보평·청양 등을 점령하고, 홍주(홍성)까지 점령했다. 전투에서 패한 뒤 전세 회복 중 1906년 밀고 돼 사형선고를 받았다. ‘청대사’ 사당이 있는데, 홍주의거의 안창식·안병찬·안병림 3부자와 안항식 의사의 충절을 기리는 사당이다.

 

한편, 이 지역 자랑스러운 항일 독립운동 역사가 대중서적 단행본으로 정리된다. 구성은 2권으로 1책은 ▲제1편 홍주의병투쟁 ▲제2편 최익현과 민종식의 의병투쟁 ▲제3편 3·1운동의 발발과 전개 ▲제4편 애국계몽운동 ▲제5편 일제강점기 민족운동이다. 2책은 ▲제1편 청양을 빛낸 독립운동가 ▲제2편 청양지역 독립운동사적지 ▲제3편 청양지역 독립운동사적지 등이다. 이처럼 독립운동사 발간을 비롯해 제6회 전국 의병의 날 기념행사를 개최할 계획 등 청양군에서는 민족정신 고양 정책으로 큰 관심을 모으고 있다 .

 

살레호텔에서 만난 동네오케스트라

 

언덕 위에 자리 잡은 스위스식 리조트 숙소인 샬레호텔로 이동하여 남녀노소 전 단원이 모두 4층 연회실로 모였다. 이 호텔의 자랑인 전속 악단의 멋진 공연을 보고, 이어서 성인들의 취미와 부업으로 인기인 보존화작업도 배웠다.

 

악단장은 도회지에서 샐러리맨 생활을 하다가 조기 은퇴를 하고 자신의 취향을 따라 청양에 들어와 실력파 음악가로 변신했다. 공포의 외인구단처럼 고도의 목표와 단원들에 대한 강훈련을 통하여 전국 제일의 악단으로 도약할 날만을 기다리고 있다. 전 단원이 예외 없이 색소폰으로 무장을 하고 분위기 있는 음악을 선사하는 데 장기를 발휘한다.

 

여기에 부지런하고 유머에 넘치는 사회자가 한 몫을 한다. 우리 일행 중 동영상 카메라맨이 많아서 녹화된 장면을 보니 사회자가 무대를 온통 뛰어다닌다. 일부 음악 연주는 유튜브에 올라갔다. 여성 독주자들의 플루트 연주와 기타 반주도 꽤 들을 만하다. “천만번 더 들어도 기분 좋은 말- ‘사랑해’ ...” 울려 퍼지는 흥겨운 기타 연주에 분위기는 가수 김세환이 하는 것보다 낫다는 얘기도 나왔다.

 

청양 늦은 밤이 익어가면서 남녀를 가리지 않고 답사반 단원들은 하루의 일정을 마무리하기 위하여 애꿎은 답사반 단장 방으로 몰려가 시간제한 없고 프리한 단합대회까지 거창하게 치르고 난 다음 각자의 숙소로 흩어졌는데, 그래도 겨울밤은 길어 아직도 시간은 창창하였다. 각자의 작은 소망과 꿈을 안고 잠을 청하였다. 청양의 달달한 밤의 분위기는 그렇게 무르익어 갔다.

 

깨끗한 침대시트로 호텔에 누웠더니 필자도 노곤하던 차에 숙면을 취하고 새벽에 서둘러 깼다. 칠갑산 위에서 맞는 청양의 의욕적인 새 아침이다. 다시 짐을 모두 버스에 싣고 담백한 청국장 정식으로 아침식사를 마친 다음. 청양이 자랑하는 대단위 고운 식물원으로 향했다.

 

▲ 고운식물원의 아침     © 논산계룡신문

 

▲ 고운식물원의 아침     © 논산계룡신문

 

세계적인 고운식물원

 

흔히 보는 간단한 식물원 정도가 아니다. 외국에서 자주 접하게 되는 대단위 종합식물원과 같은 분위기를 풍긴다. 필자는 미국, 캐나다, 호주, 뉴질랜드 등 여러 나라에서 이와 비슷한 공원들을 본 적이 있지만 그 지역들에서도 그리 흔한 것은 아니다.

 

11만 3천여 평의 넓은 부지위에는 8천여 종의 식물이 있다. 겨울이라 개방하지 않는 곳이 많다. 많은 품종들이 식물의 특성상 겨울에 ‘과잉보호’를 하지 않으면 냉해를 입기 때문이다. 그러나 봄 여름 가을에는 마음껏 진시와 감상을 펼칠 수 있다. 고운식물원은 청양이 아껴가며 감춰놓은 숨은 보석이다. 무엇보다도 방대한 면적과 산과 언덕, 그리고 계곡을 파지 않고 그대로 활용한 점이 사람들의 마음을 사로잡는다. 숲속으로 들어가 보면 방대한 식물군에 감탄사가 절로 나온다. 환경부로부터 멸종위기 야생식물 서식지와 보전기관으로 지정됐다. 11만평의 산지에 8600종의 식물이 자라고 있는 전국 최고의 친환경식물원이라고 하면 믿지 않겠지만, 와서 30분만 둘러보면 누구나 고개를 끄덕이게 만든다.

 

치유의길, 그리고 17개 테마의 자연 숲속놀이터이자 휴식의 숲이다. 식물도 사람도 어우러져 그대로 자연의 한 부분이 된다. 계절의 흐름에 따라 숲의 색깔도 바뀐다. 식물마다 살아가는 방식이 다 다르다. 그 대신 다른 개체와도 함께 공존한다. 일본뿐 아니라, 어쩌면 적국일 수도 있는 신라에 넘어가서 크고 작은 공사를 맡아 고도의 기술을 전수해 주었던 백제인의 공존 철학이 읽혀지는 시간이다.

 

글 : 박세호 / 사진 : 이진영

 

▲ 박세호 여행칼럼니스트     ©논산계룡신문

[필자 소개]

여행칼럼니스트

서울시 찾아가는 평생교육 강사(세계사)

여행작가 및 기자로 세계 33개국 취재여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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