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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논산은 기록되어야 한다” 적확하게
[2020 놀뫼기록, 2021 놀뫼조감]
기사입력  2020/12/29 [14:07] 최종편집    논산계룡신문

[2020 놀뫼기록, 2021 놀뫼조감]

“논산은 기록되어야 한다”좀더 적확하게 

 

“표현되지 않은 사랑은, 사랑이 아니다” 이렇게 단언할 수는 없지만, 이 말은 웬만큼은 진리이다. 제목은 생각나지 않지만 김홍신 작품 중에 수녀와의 사랑 이야기가 나온다. 정확히는 수녀지망생, 내가 사랑하는 여학생이다. 어느 날 그녀가 수녀원에 간다는 말을 듣고 어떻게든 그 길을 막고자 고민하다가 아이디어를 하나 낸다. “그래, 교황청에 편지를 보내는 거야. 수녀가 될 수 없는 사유들을 적나라하게 적어서” 그런데 웬걸, 그녀는 그 관문을 보란 듯 통과하더니만 수녀원으로 들어가 버렸다. 오호 통재라! 땅을 치고 있던 어느날, 우편함에 편지 하나가 배달되었다. 내가 바티칸궁으로 보냈던 바로 그 편지가 반송되어 온 것이다. 뜨악하여 살펴보니, 아뿔사, 수신인과 발신인 주소 상하를 바꿔 썼고, 그리하여 나의 국제우편물은 지구 한바퀴 돌고돌아서 귀가를 한 것이다. 

표현되지 않은 기록(記錄)도 엇비슷하다. ‘기록(Documentary)이라고 하면, 특수층에서나 하는 특별한 작업으로 생각하는 경향이 있다. 나라에는 국가기록원이 있고 우리 논산에도 황명선 시장 10년간의 활동을 기록한 논산시정백서가 출산 직전이다. 우리는 이런 것들을 역사(歷史)라고 부른다. 그리고 비교적 큰 사건 기록을 더 중요시 여기는 경향이 있다. ‘조선왕조실록’은 세계사적으로 볼 때도 위대한 문화유산이다. 그러기에 사극으로도 끝없이 재생 반복되고 있다. 

 

왕조사 vs. 민중사 

 

그러나 엄밀한 의미에서 본다면 나와 그렇게 상관 있는 이야기는 아니다. 주로 ‘로얄패미리, 그들만의 이야기’가 실려 있기 때문이다. 같은 역사극인데도 ‘미스터 션샤인’시청률이 고공행진을 계속했던 비결은 무엇일까? 이 시대 최고의 작가, 천문학적인 제작비도 일등공신이겠지만, 이 드라마가 품고 있는 내용이, 주인공들이 대다수 서민 천민이었기 때문이다. 

올해 논산의 기록 중 유의미한 게 하나 있다면 논산동학농민혁명계승사업회의 태동과 본지 놀뫼신문의 기획취재일 것이다. 둘이 맞물려 들어가면서 10회 정도 분량의 기록물이 쌓였다. 책으로 엮어낼 만큼, 이렇다 할 알맹이들이 나온 것은 아니다. 1894년 동학농민전쟁에서 지정학적인 요충지로서 남접과 북접이 연합한 땅치고는 기록이 없다. 발굴하려는 노력이 부족한 탓도 있지만, 없어도 너무 없다. 이유는 뻔하다. 해방 후 좌익이란 딱지만 붙으면 죄인으로 치부되어온 현대판 연좌제처럼, 당시 동학이란 이름이나 흔적이 있으면 치도곤깜이었다. 입단속도 단디 해야 했던 상황에서 그 누가 동학 흔적을 기록, 보전할 수 있었을까? 

불행 중 다행으로 연산전투 사료가 밝혀져 공주에 사는 한준혜 씨가 “은월이”라는 다큐소설을 펴냈다. 그 뒤 연산현감 이병제의 후손 이용기 선생이 또다른 사료와 증언을 내놓아 연산(논산) 동학 전투의 실체가 빙산의 일각으로 부상중이다. 사료(史料)가 없기로는 발해가 최고 심하다. 고구려보다 엄청 광활한 영토를 호령했음에도 불구, 기록 한 조각 보존하지 못했던 발해ㅠ 그래서 발해의 복원은 중국사서나 일본서기에 겨우 의존하여 퍼즐처럼 조각모음되는 한민족의 아이러니다. 이런 상황에서 그 현장을 찾아다니며 발이 부르트도록 찾고 보고 물어서 완성해낸 김홍신의 “대발해”는 그 자체로 세계사적 사건이다. 

 

개인일기와 지역신문

 

어디 김홍신뿐이랴. 태백산맥 조정래, 지이산(智異山) 이병주  등은 근현대사를 자기만의 시선으로 기록하였다. 박범신, 그는 “소금”이라는 소설을 엮어냄으로써 어느 평범한 논산사람의 개인사를 온 천하로 끌어냈다. 

개인사, 어쩜 우리에게 의미로운 것은 소소한 개인사이다. 가족사, 우리 동네, 지역사회의 생활경제사이다. 헌법이 보장하고 누리라 권장하는 행복권의 범위는 대부분 내 집과 이웃사촌, 지역사회를 벗어나지 않는다. 동네소식 대부분은 나와 직간접으로 상관 관계이다. 이 관계망을 엮어주는 우편배달부가 다름 아닌 ‘지역신문’이다. 요즘 SNS 시대에는 개인개인이 지역 정보의 전달자가 되기도 한다. 신문과 방송사 입지가 점점 줄어드는 트렌드는 가속화될 전망이다. 쌍방향 소통을 원하는 소비자들의 욕구가 증가일로이기 때문이다. 

블러그나 밴드, 단톡방, 사적인 일기 등이 활황인 것은 바람직한 현상이다. 다만 종횡무진 무수한 이야기들을 마냥 널어놓을 수만은 없기에 누군가, 어디에선가 모으고 정리해줄 사람이 필요하다. 누가 적임자일까? 분야에 따라 달라지겠지만 일반적으로는 동네신문, 지역신문이 최적임자라 하겠다. 지나치게 사적이거나 주관적인 내용은, 그것을 자연스레 걸러주는 장치가 내재돼 있기 때문이다. 

논산 계룡에서 여러 지역신문들이 백가쟁명(百家爭鳴) 나름대로의 역할을 수행해오고 있다. 본지도 그 중의 하나이다. 지역신문은 인터넷신문과 종이신문으로 나뉜다. 보다 중요한 것은 내용이기에 발행형식은 2차적일 수 있지만, 종이신문의 장점이자 권위는 검증(filtering)에 있다. 데스크에서는 한정된 지면, 제한된 시간에 올리려다 보니 정제하고 절제할 수밖에 없다. 우리도 동일한 내용이지만 인터넷판에만 올릴 때는 긴장도가 다소 떨어지는 게 사실이다. 

 

관보냐 시민신문이냐

 

2020 놀뫼신문은 여전히 논산을 기록하여 왔다. 기록의 내용은 두 갈래이다. 시청을 위시하여 각 기관에서 자체 기록하여 언론사에 제공하는 보도자료가 한 주류이다. 신속 정확하다는 점에서 소중한 정보원이다. 다른 하나는, 기자가 직접 취재하는 기사이다. 재정 구조 등 여러 면에서 열악한 지방신문에서 기사를 직접 생산하는 신문사는 의외로 많지 않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주어진 상황 안에서 줄기차게 써왔다. 관(官)에서 써주는 소식과 관보뿐 아니라 민(民)이, 민의 입장에서 기록으로 남겨두어야 할 것들을 부지런히 입력하여 왔다. 한편으로는 시민기자나 시민들에게 걸언(乞言)하고 부탁하여서 미비점들을 보완하고자 몸부림쳐 왔다. 쌍방향 통신은 물론, 나아가 시민 모두가 기자가 되는, 그리하여 진정한 의미에서 시민신문(市民新聞)이 되고자 하였다. 

올해 놀뫼신문 창간 14주년 기념식도 자축연이 아니라, 경청의 자리로 갈음하였다. 그간 우리가 찾아가서 경청하고 받아적은 기사들을 집대성해놓고 보니 몇 권의 책으로 좋이 나올 분량이다. 곡학아세(曲學阿世)가 아니라, 있는 그대로의 논산을 드러내는 콘텐츠들 일색이다. 이런 축적이 가능했던 것은 논산을 기록하고, 그 기록을 바탕으로 유토피아 청사진을 제시하고자 하는 의지(意志)가 있어서다. 

 

타지사람의 놀뫼사랑

 

누가 그런 의지와 사랑을 가졌는가? 아이러니하게도 향토애의 주체가 그 지역사람이 아닐 때도 있다. 오히려 타지 사람이 제2고향을 더 사랑하는 케이스가 왕왕 있다. 대한민국 지역신문의 대명사로 ‘옥천신문’을 꼽는다. 기자 10여명이 맹활약하는 동네 구석구석 신문이다. 위풍당당한 그곳에서 놀뫼신문으로 전화를 걸어 이것저것 묻는다. 질문에 답한 후 역으로 물었다. “거기 기자들 다 옥천출신인가요?” 100% 외지인이라는 답이 돌아왔다. 돈이 거의 안 되는 지역사회 기록을 위하여 “그 기록을 중단할 수가 없어서 아파트 여러 채를 팔아야 했다”는 기사는 놀뫼신문 어디에도 기록되지 않았다. 타지인이 온몸으로 해온 외지 사랑도 이제는 기록으로 남길 때가 된 거 같다.

신문의 다른 이름은 공기(公器)다. 신문사는 특정인이 지배해서도 안 되지만, 어느 누가 나서서 이래라 저래라 할 위상도 아니다. 언론은, 입법 사법 행정 3부에 더하여 4부라고 칭한다. 그만큼 독립적이며 책임 있는 존립이다. 논산을 기록해온 놀뫼신문은 훗날 볼 때 논산 자체일 수도 있다. 기록만이 모든 것을 말해준다. 다만 그 기록은 있는 그대로, 최대한 정직하고 정확해야 한다. 현장의 시민이 직접 쓰는 분량이 많아지면 많아질수록, 내가 사는 논산땅의 기록 적확도(的確度)는 그만큼 더 업그레이드될 것이다. 

 

 

- 이진영 편집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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