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유진의 儒覽日誌] ‘유교문화와 공직가치 학술대회’
[한유진의 儒覽日誌] ‘유교문화와 공직가치 학술대회’
유교의 가치로 공직사회 이정표를 제시하다
유교와 행정학의 만남
유교와 행정학? 다소 생소한 만남으로 들릴 수 있다. 그러나 유교는 국가를 바르게 경영하는 도리와 방법에 관한 학문영역을 포함한다. 그러므로 사실 유교에서 지향하는 국가 경영의 목적은 국민의 복리증진을 추구하는 현대 행정학의 목표와 별반 다르지 않다. 현재 대한민국은 그 어느 때보다 ‘소신있게 적극적으로 일 잘하는 공무원’을 필요로 한다. 뿐만 아니라 국가의 공공부분을 책임지는 공직자에게 사람을 우선하는 가치관과 엄격한 윤리의식은 매우 중요하다. 바로 이 지점이 현대 행정학이 유교와의 만남에 주목해야 할 지점이다. 유교에서는 공직자들의 도덕적 수양은 물론 공동체를 위한 도덕적 책임과 윤리적 리더십을 강조한다. 그리고 유교에서 제시하는 이러한 공직관은 오늘날 공직자들에게 단순한 업무수행을 넘어 나라와 국민을 위해 헌신하는 명예로운 공직관을 형성하는데 분명 기여할 수 있다. 그렇기 때문에 한국유교문화진흥원(원장 정재근, 이하 한유진)은 ‘유교문화와 공직가치 학술대회’를 기획하며 이 부분에 주목했다.
취지와 목적 그리고 함께하는 이들
2024년 2월 한유진의 연구원들은 서울과 대전을 오가면 한국행정학회(회장 이영범), 대전세종연구원(원장 김영진, 이하 대세연)과 학술대회의 개최를 위한 협의를 시작했다. 세 기관의 협의를 거쳐 도출된 사항은 두 가지이다. 첫째 ‘유교문화와 공직가치 학술대회를 세 기관이 공동으로 개최할 것’, 두 번째는 학술대회 주제를 ‘유교문화 속 공직가치와 현대적 의의’로 정한 것이다. 위 주제는 바람직한 공직사회 형성을 위한 유교의 역할과 그 현대적 활용가능성을 모색이라는 대회의 취지를 분명하게 드러냈다. 이렇게 같은 뜻을 갖고 모인 한유진, 한국행정학회, 대세연은 7월 11일 논산 한유진에서 유교문화가 더 이상 시대와 동떨어진 것이 아니며, 유교에서 강조한 공직가치야 말로 현대 공직자들을 더욱 청렴하고 책임감 있게 일하게 하는 이정표가 될 수 있음을 조명했다. 이번 학술대회는 행정안전부, 인사혁신처, 충청남도, 논산시가 후원하였으며, 이영범 한국학회장, 김영진 대세연원장, 김기영 충청남도 행정부지사, 여중협 행정안전부 자치분권국장, 홍태의 논산시의회 산업건설위원회 위원장이 참석한 가운데 학계전문가, 지역유림, 공무원, 도민 등 160여 명이 참석한 가운데 성황리에 개최됐다.
학술대회 발표성과
세 기관에서 추천 및 섭외한 발표자들은 다양한 관점에서 유교와 공직가치의 접점을 탐구하는 의미 있는 발표를 이어나갔다. 1부에서는 서울대 명예교수이자 대통령실 실장을 지낸 정정길 교수가 ‘유학으로부터 배우는 공적 가치’란 특별강연을 통해 공직자가 지닌 소명의 중요성과 소명의식 함양에 도움이 될 수 있는 유학적 규범들을 제시했다. 2부 제1분과에서 △박원재 율곡연구원장은 ‘나아감과 물러남–유학의 출처(出處)윤리 관념의 재검토’ 발표를 통해 조선선비들에게 공직은 자신의 가치관을 실현하는 장(場)이었음을 설명하고, 선비들의 출처관념이야 말로 소신행정이 강조되는 오늘날 크게 의미가 있음을 밝혔다. 이어서 △숙명여대 행정학과 박종수 교수는 ‘경쟁가치모형을 활용한 공직 가치의 유형화’ 발표를 통해 공직자는 단순한 관료가 아닌 정책 혁신가이자 사회의 수호자로서 다양한 역할 지님을 밝히고. 공직자가 상황에 따라 다양한 유형의 가치를 균형 있게 때로는 경쟁적으로 조합해야한다고 언급했다. 2부 제2분과에서 △건양대 김문준 교수는 ‘성학집요(聖學輯要) : 진유(眞儒)의 리더십, 미완의 과제’ 발표에서 율곡의 성학집요와 그가 추구한 진유(眞儒)의 리더십을 분석하며, 한국의 지적전통과 현대사회에 필요한 정치적 리더십을 설명하였다. 또 △한국행정연구원 정부조직디자인센터 차세영 소장은 ‘조선의 유교관료제와 공직가치’ 란 발표를 통해 오랜 역사 속에서 한국의 관료제에 유교적 논리와 가치체계가 반영되어 왔음을 설명하고, 유교의 이상적 인간상인 군자(君子)야 말로 공직가치가 내재된 관료임을 밝혔다. 2부의 제3분과에서는 △지원구 아산시 학예연구사는 ‘담헌 홍대용의 혁신 사상’ 발표를 통해 충청의 대표 유학자인 홍대용의 혁신 사상을 소개하고, 세계화를 지향하고 공존의 삶을 추구하는 그의 혁신 사상이야말로 다양성이 요구되는 미래사회에 걸맞은 사상이자 가치를 지닌다고 밝혔다. △대세연 대전학연구센터 한상헌 센터장은 ‘지식도시 대전·세종과 충청의 유교문화 -충청 유교문화 정체성의 특화 방안’ 발표를 통해 지역의 풍부한 유교문화유산을 활용할 수 있는 지역브랜딩 전략을 제시하고, 충청유교문화만의 특화된 콘텐츠 창출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이날 학술대회에서는 각 주제 발표 별 행정학 분야, 유교문화 분야 전문가가 각각 토론자로 참여해 분야를 넘어선 활발한 토론이 이루어졌다. 그리고 마지막 순서인 라운드테이블 회의에서는 이달곤 前 행정안전부장관이 좌장을 맡고 인사혁신처와 행정안전부 소속 현직 공무원들이 참여한 가운데, ‘유교문화의 가치와 현대 공무원의 명예로운 공직관 형성’이라는 주제 하에 활발한 자유토론이 이루어졌다.
학술대회가 남긴 의미와 과제
이번 학술대회를 통해 유교와 행정학이 단순히 과거와 현재의 만남이 아니라, 공직사회의 새로운 비전을 제시할 수 있는 중요한 연결고리임을 확인할 수 있었다. 그리고 유교적 가치가 현대 공직사회에 어떤 영향을 미칠 수 있는지, 또 정부와 공직자들이 이를 어떻게 활용할 수 있는지에 대한 깊이 있는 논의가 이루어졌다. 끝으로 한유진 정재근 원장은 “유교문화 속 공직가치를 재발견하고 이를 현대적으로 재해석하는 작업은 공직사회의 발전에 큰 기여를 할 것이다. 이번 학술대회가 그 첫걸음이 되었으며, 앞으로도 지속적인 연구와 논의가 이어지길 기대한다.”고 밝히며, “이번 학술대회를 통해 발굴된 유교문화 속 공직가치, 그리고 검증된 현대적 의의와 적용 가능성을 바탕으로 우리 한유진은 공무원 교육 및 연수 프로그램을 체계적으로 구성해 나갈 것”이라는 포부와 향후 과제를 언급했다.
- 유교문화연구부 연구위원 조지선 <저작권자 ⓒ 논산계룡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댓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