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팽이집] 추석에 하는 괜스런 생각

논산계룡신문 | 기사입력 2024/09/23 [09:38]
권선옥(시인, 논산문화원장)

[달팽이집] 추석에 하는 괜스런 생각

권선옥(시인, 논산문화원장)
논산계룡신문 | 입력 : 2024/09/23 [09:38]

  

추석이 지났다. 추석은 우리의 삼대 명절 가운데 하나이다. 사전에서는 <명절>민속적으로 해마다 일정하게 지켜 즐기는 날로 정의하고 있다. 우리 속담에도 한가위만 같아라라는 말이 있을 정도로 추석은 여유가 있는 날이다. 올해는 추석이 일러서 폭염의 추석을 맞았으나 추석은 말 그대로 가을이다. 추석이 지나고도 며칠 폭염이 이어지더니 폭우가 내려 많은 피해를 주고 성큼 가을에 다가선 느낌이다.

 

모두가 즐거워하는 명절

명절이 되면 많은 사람들이 그리운 사람, 잊지 못하는 고향을 찾는다. 가다 서다를 반복하면서 평소보다 몇 시간씩 더 걸리는 더딘 길도 즐겁다. 많은 어려움이 있는 길이지만 고향에 가는 길이라서 망설임이 없다. 명절에 방송에서 교통 정체 상황을 보도할 때마다 한 지인의 이야기가 생각난다. 서울에 사는 동생이 추석 때 집에 오면서 두 시간이면 오던 길을 다섯 시간이 걸렸다고 투덜댔다. 그 말을 듣고 있던 아버지가 하시는 말씀, “나는 삼십 년을 기다렸어도 고향 가는 버스에 발도 올리지 못했다.”고 하시더란다. 이북이 고향인 노인은 끝내 그 버스를 타 보지도 못하고 이승을 하직했다.

나는 고향에서 살고 있기 때문에 기차표를 예매할 필요도 없고, 고속도로에서 고생할 걱정도 없다. 대신에 오랫동안 만나지 못했던 혈육을 만나는 감격도 없고, 오랜만에 고향에 안겨서 느끼는 느긋함도 느낄 수 없다.

 

혼자만의 명절은 명절이 아니다

명절이 되면 기차역에서 고향으로 가는 기차를 타러 온 귀성객과의 인터뷰를 방송한다. 고향을 찾아가 부모 형제와 이웃을 만나려는 설렘을 말하는 그의 어조는 어김없이 들떠 있다. 기차를 타기 전에 벌써 고향 마을의 향기에 취해 있는 것 같다. 태어나고 자란 고향을 떠나와 객지에서 생활하고 있지만, 그 냇물에서 풍기던 물비린내와 뒷동산에서 듣던 솔바람 소리를 어찌 잊을 수 있겠는가.

방송을 통해 사람들로 북적이는 기차역과 고속도로를 가득 메우고 있는 차량을 볼 때마다 마음 한구석이 짠하다. 저들은 저렇게 고향을 찾아가는 설렘에 가슴이 부풀었는데, 만나고 싶은 사람도 없고 찾아갈 고향이 없는 사람들의 고독감. 이런 때가 되면 홀로 명절을 맞아야 하는 사람들은 더욱 깊은 고독의 늪에 빠질 것이다.

명절 기간 중에는 모두가 가족들과 어울려 있기 때문에 가족이 없는 사람들은 오히려 누구와 함께하기 어렵다. 그래서 연휴 기간이 길면 길수록 혼자서 견뎌야 하는 고독한 시간은 길어진다. 그래서 이들에게는 차라리 명절이 없거나 있더라도 휴가 기간이 짧기를 바랄 것이다. 찾아올 사람도 찾아갈 사람도 없는 혼자만의 명절은 명절이 아니다.

 

말로 말고 행동으로 했으면

올해도 추석을 앞두고 여러 사람들이 현수막을 내걸었다. 자신의 존재감을 알리려는 정치인들이 주류를 이루지만, 각종 사회단체들도 한몫 거든다. 그 내용은 대개가 즐겁게 추석을 보내라는 것들이다. 이 현수막들을 보면서, 나는 괜한 생각을 하였다.

길거리를 빼곡히 도배하고 있는 현수막들이 과연 어떤 효과가 있는가. 현수막을 걸어 명절을 즐겁게 보내라고 하면, 정말 우리의 여유 없고 고독한 추석이 즐거워지는가. 현수막의 주인이 자신의 즐거움을 우리에게 나누어 주기라도 하는가. 나는 그 현수막 때문에 즐겁지 않은 추석이 즐거워질 리도 없고, 더 즐거워지는 사람도 없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불행한 이웃에게 너 행복해져라라고 말하면 행복해지는가. 아니다. 행복하지 못한 사람이 행복을 느끼도록 그의 다정한 이웃이 되어야 한다. 말로 하는 것이 아니라 행동으로 실천하여야 한다. 그래서 현수막을 보면서 저런 돈으로 차라리 추석을 즐겁게 보내기 어려운 이웃들에게 사과 한 개를 사 주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사과를 받지 않는 사람도 그런 훈훈한 이야기를 들으면 조금 더 즐거운 추석이 되지 않았을까. 아니면 추석 기간에 쓰레기를 줄이자거나 교통질서를 잘 지키자는 내용으로 바꾸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 권선옥(시인, 논산문화원장)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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