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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새로읽기] 난 사람, 든 사람, 된 사람
기사입력  2018/12/27 [15:32] 최종편집    논산계룡신문

최병현 미래인재역량개발연구소 대표


‘우정여행’을 떠난 고등학교 3학년 학생들의 강릉 펜션 참사 소식에 가슴 시리고 아프다. 불과 며칠 전에도 KTX탈선 사고 때문에 마음 졸이다가 인명피해가 없어 그나마 다행이라고 생각했었다. 꼬리에 꼬리를 물고 이어지는 사고 소식들을 접하면 머리가 멍하고 마음이 울컥한다. 언제까지 이러한 사고소식으로 마음 졸이면서 살아야 할까? 도대체 무엇이 잘못 되었을까?

얼마 전 가스보일러를 들여 놓았다. 베란다에 자꾸 물방울이 맺혀 떨어진다. 대리점은 물론 제작회사의 기술개발실에 문의를 해도 해결책이 없단다. 더워진 공기와 차가운 공기가 만나면 이슬이 맺히는 것은 당연하단다. 설명은 이해할 수 있지만, 작은방의 보일러에는 왜 이슬방울이 땅으로 떨어지지 않을까? 답이 없었다. 그런데 대리점에서 일했다는 보일러 기사님의 말 한마디로 문제가 너무 쉽게 풀려버렸다. ‘연통을 보일러 쪽으로 조금만 기울어 질 수 있도록 해 보세요’ 시공할 때 그 부분을 놓친 모양이라는 말도 잊지 않았다.

알고 보면 그렇게 간단한 것을, 기본만 제대로 알고 일을 하였어도, 잘못된 연통의 시공이나 KTX 탈선사고는 애시 당초부터 없었을 것이다. 아무리 급하다고 ‘바늘허리에 실 매어 쓸까?’ 기본에 충실하지 않으면 모든 것이 사상누각일 뿐이다.

‘기본’의 사전적 의미는 ‘사물이나 현상, 이론, 시설 따위의 기초와 근본, 바탕이나 토대’를 말한다. 이는 모든 행동의 기준이고 토대가 된다. 그래서 ‘근본이 바로 서면 도는 저절로 생겨난다(本立而道生, 有子)’는 옛 말도 있다.

운동선수의 절묘한 동작들은, 반복된 기본동작을 통해서 만들어진다. 음악의 아름다운 선율은, 단순한 음계들을 익힌 후에야 느낌에 따라 밀고 당기며 절정을 치닫는다. 거리나 무게, 길이 등을 측정하는 도량형의 표준이 만들어 진 후에야 오늘날처럼 시장거래가 발전할 수 있었다.

우리의 살아가는 사회생활의 원리도 크게 다르지 않다. 가장 먼저 합의하고 공감대를 넓혀야 할 것은 사람 간의 예절, 질서, 배려 등 기본생활 습관에 속하는 것들이다. 그리고 서로의 안전을 위한 공동체의 약속과 규칙을 지켜내는 일이다. 삶의 바탕이 튼실하면 안락하고 살기 편하다. 그러나 문제는 기본원칙을 무시하고 빨리, 편하게 그리고 더 많이 가지려고 하는 성급함과 편법이 우리사회를 힘들게 하고 불안하게 하는 것은 아닐까?  

사람은 품격에 따라 크게 세 가지 유형으로 나눌 수 있다. 난 사람, 든 사람 그리고 된 사람이다. 난 사람은 인물이 좋고 언변과 처세술이 뛰어나 부와 명예와 권력 등을 가진, 사회적으로 출세한 사람이다. 든 사람은 공부를 많이 해서 아는 것이 많고 지식이 출중하며 전문 기술을 가진 사람이다. 된 사람(作人)은  인격과 품성을 갖춘 사람을 말한다. 된 사람은 남의 사정이 딱하면 손해를 감수할 수 있는 최소한 소박한 마음(一點素心)이 있는 사람이다. 이를 흔히 ‘사람 됨됨이가 되었다’ 또는 ‘기본이 된 사람’이라고도 말한다.

난 사람의 오만이나 든 사람의 지식이 우리가 사는 세상을 바꾸기는 어렵다. 세상을 바꾸는 것은 그 사람의 말이 아니라 그 사람의 인품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일까? ‘박경리’ 선생은 사람 됨됨이에 따라 세상은 달라진다고 이렇게 말한다.


가난하다고 다 인색한 것은 아니다. 부자라고 모두가 후한 것도 아니다. 그것은 사람의 됨됨이에 따라 다르다. 후함으로 하여 삶이 풍성해지고 인색함으로 하여 삶이 궁색해 보이기도 하는데. 생명들은 어쨌거나 서로 나누며 소통하게 돼 있다. 그렇게 아니하는 존재는 길가에 굴러 있는 한낱 돌멩이와 다를 바 없다. 나는 인색함으로 하여 메마르고 보잘 것 없는 인생을 더러 보아 왔다. 심성이 후하여 넉넉하고 생기에 찬 인생도 더러 보아 왔다. 인색함은 검약이 아니다. 후함은 낭비가 아니다. 인색한 사람은 자기 자신을 위해 낭비하지만, 후한 사람은 자기 자신에게는 준열하게 검약한다. 사람 됨됨이에 따라 사는 세상도 달라진다. 후한 사람은 늘 성취감을 맛보지만 인색한 사람은 먹어도 늘 배가 고프다. 천국과 지옥의 차이다.     

- 박경리 ‘천국과 지옥은 사람의 됨됨이에 있다’


정작 세상을 따뜻하게 만드는 사람들은 난 사람이나 든 사람이 아니라 된 사람이다. 된 사람이 많은 사회가 살기 좋은 사회다. 할 수만 있으면 사람다운 사람이 된 후에 난 사람이거나 든 사람이 되는 것이 순리일 듯하다. 이는 기본이 된 후에야 응용이 생기기 때문이기도 하다.

기본골격이 튼실하지 않은 사회는 불안하다. 우리의 생명을 담보하고 있는 기본적인 것들을 허둥지둥 땜질식으로 만들어서는 안 된다. 힘이 들더라도 기초부터 다져야 한다. 사람들 간의 관계나, 사소하게 생각하는 것들도 다시 챙겨보고 점검해 볼일이다. 그것은 사소함에서 완벽한 것이 만들어지며, 우리가 추구할 것은 돈이 아니라 언제나 인간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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