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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홍신문학관 개관 "논산땅에 펼쳐질 ‘대백제’ 부활 "
기사입력  2019/06/12 [11:07] 최종편집    논산계룡신문
▲     © 논산계룡신문

 

6월 8일, 김홍신문학관이 드디어 문을 활짝 열었다. 2017년 5월 26일에 첫 삽을 떴고 2019년도에 18인의 VIP가 테이프를 끊었으니 2년여에 걸친 대공사였다. 개관식 참석자 소개때 전직 장차관의 이름만 해도 십여 명 이상 불렸고, 순서 중에는 문화체육부장관의 축사도 있었다. 행사는 축사와 각종 영상 포함하여 1시간 반쯤 걸쳐서 오래 진행되었는데, 400여 축하객은 뙤약볕아래서도 흥분을 감추지 못하며 자리를 지키는 분위기였다.   

택시기사는 김홍신 문학관을 잘 몰랐다. 그 동안 비교적 조용히 진행됐던 김홍신문학관은 반야산 끝자락, 건양대 운동장 옆이다. 건물은 두 동이다. 산쪽으로는 집필관이고, 도로쪽으로는 복합예술공간형 문학관이다. 

문학관이 완공되면서 주변도 약간의 지각변동이 생겼다. 우선 주차장이 생겼다. 시유지에 공용주차장을 설치한 것이다. 반야산 산책로로 진입하려는 사람도 주차하기 편해졌다. 역으로, 시민공원에서 건양대 운동장까지 넘어오는 제법 긴 산책로도 뚫렸다. 중간에 묘도 있는 천연림 지나서 오다보면, 드디어 쉼터 하나가 나온다. 바로 그 밑자락이 김홍신 문학관이다. 집필관 앞마당을 밟다보면 학교 좌측 벽이 툭 터졌다. 건양대 운동장, 캠퍼스로 직통하는 계단이 생긴 것이다. 

그리로 빠지지 않고 그냥 나아가면, 커피향 그윽한 문학관카페가 반긴다. 1층에서 커피 한잔 뽑아들고 3층 옥상 문학전망대까지 올라가도 된다. 선수들이 뛰는 그라운드가 한 눈이다. “저는 79세 할머니입니다. 배드민턴을 30년 치고 있습니다. 새벽바람 맞으며 라켓을 질머지고 문학관을 거쳐 갑니다. 건양대 체육관 짐나지움에서 운동을 하므로... 우리집 근처에 문학관이 있으니, 내 생애 잘 한 것도 없는데 이런 행운을 받아보니 엄청 영광입니다. ※ 소설가는 남의 잉크병에 잉크를 찍어 쓰는 사람이 아니라 내 몸 속의 피를 찍어 내 목소리를 낭자하게.. ” 개관 축하글을 써놓은 원고지는 다음 장으로 넘어간다. 양순한 노파심(老婆心)이 진검승부사로 돌변한 데에는 이유가 있었다. 김홍신문학관의 로고가 빨개서이다. 

흰 바탕에 선명히 드러나는 김홍신문학관 로고는 스탕딸의 『적과 흑』정확히는 ‘흑색 아래 적색’ 동그라미이다. 작가 김홍신의 언어 속에 새겨진 창작혼으로서의 '피 한 방울'과 그 결실의 문학작품을 의미하는 ‘잉크 한 방울’을 상징했다고 한다. “소설가는 남의 잉크병의 잉크를 찍어 쓰는 사람이 아닙니다. 내 몸속의 피를 찍어 내 목소리를 낭자하게 남겨 두려는 몸부림으로 내 자신을 학대하며 살아왔습니다.” 이런 김홍신의 어록(?)은 1층에서부터 즐비하게 줄 서 있다. 

 

▲     © 논산계룡신문

 

『대발해』후 이제는 『대백제』

 

만년필을 고집하는 그가 지금껏 피를 찍어서 써온 책은 136권, 앞으로 150권을 채우는 게 목표라고 한다. 만년필 잡은 채 죽고 싶다는 소원도 피력한다. 그가 더 쓰고 싶은 책은 대체 어떤 책일까?

얘기는 2011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백제의 후예 논산의 아들 김홍신은 찬란했던 백제문화를 소재로, 중원을 무대로 한 장편소설을 구상, 준비하였다. 그 대하소설은 고향인 논산에서 집필할 뜻을 가지고 있었다. 이 뜻을 전해들은 지인이 재경향우회 회원 20여 명과 함께 식사하는 자리를 마련했고, 그 때 남상원 회장이 추진위원장이 되었다. 김홍신 문학관의 맹아(萌芽)였다. 문제는 돈이었는데, 남상원 회장의 사업이 번창하면서 2016년 재단법인 설립을 결의한다. 

40억, 처음에 생각한 금액이었다. 분납하면서 지어나갔다. 결과적으로 들어간 총액은 62억. 계룡시 향적산 힐링숲 조성 총예산보다 웃도는 거액이다. 문학에서뿐 아니라 건축에서도 톱이 되고자 하니 공기도 슬로우 슬로우였다. 건물 내에 휴대폰이 터지지 않는 공간이 있음은, 여기가 여느 건축이 아님을 실감나게 해준다. 

내부 배치를 봐도 획기적이다. 지하1층~지상3층인 문학관은 총 1210㎡, 366평이다. 1층으로 들어가면 ‘모루’가 설치된 중정이 보인다. 전시실은 모두 4개다. 상설, 기획, 특별, 그리고 아카이브 전시실이다. 만년필로 표상되는 순 아날로그,  빛과 영상으로 어울어지는 첨단디지털이 절묘한 조화를 이루는 공간들이다. 문학관 뒷 건물인 집필실 120평은 레지던시 창작공간이며, 세미나실과 수장고도 갖추고 있다. 이렇게 거액을 들인 이유 중의 하나는 김홍신 문학의 번역작업과도 연관성이 있다. 세계적인 사업을 위하여 환경 인프라도 함께 업그레이드될 필요성이 있는 모양이다. 

 

‘리얼한 인간시장- 오! 하나님’

 

문학으로서 소설의 깊이와 넓이, 흥미도 못지않게 주목해야 할 대목이 있다. 한 지방 도시에서 펼쳐지고 있는 리얼한 현실이다. 요즘 세상에 누가 한 소설가를 위해 이런 거액을 들여가면서 집필관과 문학관을 지어준다는 말인가? 소설보다 더 진한 소설이 논산땅에 펼쳐진 것이다. 헌정하는 사람이나 받는 사람이나 진귀한 인연이다. 대체 어떤 우정이길래, 공덕이길래 실로 연구 대상이 아닐 수 없다. 

이러고도 헌납하는 당사자는 등기부에 자기 이름 석자 넣기를 거부했다. 주인공인 작가는 “그럴 수는 없다”며 재단이름에 한 글자라도 넣어야 한다고 고집하여 김홍신의 홍, 남상원의 상자를 뽑아서 홍+상, 즉 홍상문화재단이라는 이름을 탄생시킨다.

이날 문학관 개관 행사는 시청에서 주도하는 모양새를 취하였다. 그러나 내용은 그야말로 민(民) 주도였다. 관이 투자하지 않았으니 자유로운 공기였다. 최재욱 이사의 경과보고도 자유로웠다. “이 재단의 모든 재산은 비영리공익법인 재산이며, 추후 재단 정관에 논산시로 귀속한다고 명시되어 있기에 결국은 모두 논산시의 재산입니다.” 파격 선언이다. 

이래저래 논산시는 겹경사이다. 2011년 박범신 작가를 영입한 문무를 겸비한 도시 논산에 ‘대한민국의 작은거인’ 김홍신 작가가 합류하여 쌍두마차가 되었으니 첫 번째 경사이다. 시 예산 한 푼 안 들이고 SBS가 건립한 선샤인랜드도 10년 후에는 논산시 재산으로 귀속되듯, 김홍신문학관도 나중에는 시민의 재산이 된다고 하니, 논산은 안팎으로 경사가 쌓여가는 흐름이다. 

개관식이 끝나고 3시에는 “인간시장 4- 오! 하나님”을 지하 영상실에서 상영하였다. 30년 전, 철저히 소외된 삶을 적시하고 고발하는 내용으로 점철되었던 인간시장이 부활하는 시간이었다. 저녁때 뒷풀이에서 김 작가는 자신이 낮에 했던 말을 강조한다. “오늘 준공식에서 숨은 이들의 공로를 간과해서는 안 될 겁니다. 전기공이 삐끗했더라면 오늘 개관식은 망쳤지 않겠어요?” 밀도 있는 취재를 위해 기자는 며칠 전 개관식 현장을 미리 방문하였다. 개관식 준비가 막바지인 그날, 러시아노동자들은 연신 땀을 훔치며 책을 나르고 있었다. 

 

- 이진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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