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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홍신의 작품세계 엿보기
『난장판』 『우리들의 건달신부님』 『대곡』
기사입력  2019/06/12 [11:53] 최종편집    논산계룡신문

 

  『난장판』   

논산읍 근교의 ‘쌈짓골’을 배경으로 한 소설 『난장판』은 힘없는 하위계층의 인물들을 통해 전통적인 민속의 하나였던 흥겨운 ‘난장판’을 그린다. 지금은 쉽게 찾아볼 수 없는 난장판은 과거 우리 조상들이 스트레스를 해소하기 위해서 흥겨운 씨름과 그네, 곡마단, 남사당패당을 벌이며 즐겼던 놀이이자, 서민들의 축제였다. 소설은 동냥아치들인 털보네 패거리, 소매치기 집단인 점백이 패거리, 그리고 장비를 압류당해 오도 가도 못하는 곡마단원들 등 피지배 계층의 사람들이 지배계급의 구조 속에서 서린 ‘한’들을 ‘난장판’의 장치를 통해 해소하는 모습들을 보여준다. 특히 털모네의 부두목격인 허풍선이가 절대권력자로 등장하는 황장사와 씨름을 벌이는 내용은 소설의 극적인 요소를 극대화 시킨다. 허풍선이 아버지를 살해한 자이자, 어머니를 겁간한 파렴치한 인물 황장사를 씨름판에서 이기면서 황장사로부터 한이 맺히고 응어리진 사람들을 위한 해한의 씨름판을 보여준다. 서양의 민속놀이이자, 민중놀이가 카니발 축제라면 우리는 ‘난장판’이 민중들의 일상적인 문화 속에서 민중의 웃음과 조롱, 승리를 드러내는 놀이이다. 작가는 민중들의 일상적 문화 속에서 유토피아적이고 해방적인 성격을 보여줌으로써 자본주의와 관료제에 대한 저항을 보여준다.( 1982, 여원)

 

  『우리들의 건달신부님』  

김홍신은 1976년 소설가로 등단한 이래 출판사 부사장, 방송인, 시민운동가, 국회의원, 교수로 활동해 왔다. 그는 다양한 직함과 직책으로 활발하게 사회활동을 펼쳐 왔지만 어렸을 때 장래희망은 ‘가톨릭 신부’였다. 유년 시절 성당 부설인 대건유치원과, 대건고등학교를 다니면서 신부가 되는 것을 꿈꿔왔으며 김홍신의 이러한 성장배경과 신앙심은 장편소설 『우리들의 건달신부님』의 배경이 되었다. 『우리들의 건달신부』는 김홍신이 국회의원으로 활동하던 시절 출간한 장편 소설이다. 소설 제목에서 알 수 있듯 작품의 주인공은 가톨릭 신부다. 세례명 베드로, 속명 박호(朴虎)인 주인공은 건달 같은 외모에 못하는 말이 없는 괴짜 신부다. 이런 박호 신부가 서울 강남 부자 동네 성당에 부임하면서 벌이는 갖가지 사건이 작품 속에서 전개된다. 박호 신부는 고스톱에 능하고 술을 잘 마시고 거짓말도 밥 먹듯이 하지만 그런 파격적인 모습 뒤에 ‘유능한’ 성직자의 모습이 숨어 있다. 이 소설 ‘작가의 말’에서 김홍신은 속세의 혼돈과 갈등과 목마름으로 연명하면서 어릴 때 꿈꾸었던 신부가 문득 되고 싶은 충동이 일어날 때가 있었다고 말한다. 그는 향내 나는 신부를 통해 그저 세상 이야기가 하고 싶었다면서 『우리들의 건달신부』를 쓰게 되었다고 밝혔다. (1999년, 시공사)

 

  『대곡』(1983)  

포성이 머문 섬돌은 적막에 휩싸였다. 한바탕 포성이 땅을 흔들고 지나가면 멍멍해진 귀청 때문인지 말씨를 놓는 사람도 없었다. 섬돌 사람들은 이제 제법, 비이십구 인지 인민군이 몰고 오는 야크기 인지 가늠할 줄 알았다. 12쪽

 

밤낮 없이 비행기가 요란하게 짖어대더니 소문처럼 미군이 들어온 것이었다. 뭐라고 쏼라쏼라지껄였지만 말귀를 알아듣는 사람은 미군을 따라온 한국군뿐인 것 같았다. 23쪽

 

“조선사람이 조선사람을 살려내야 하는 거라오. 군인양반이 어련히 알아서 하시랴만 여긔 사람덜 온순한 백성이외다. 미군을 쥑일 사람덜이 아니외다. 뺄갱이가 더러 내려오는 거 아시겄지. 흙 파먹구 사는 사람덜은 사람 모가지에 낫질 않소.” 33쪽

 

“그러면 제가 창고문을 열고 아무나 지목하겠습니다. 결코 총살당하지 않습니다.”

“내가 나가겠소. 내가 했소!”

창수였다. 41쪽

 

아!

불바다.

순식간의 일이었다.

횃불은 불바다 속에 엉겨 붙었고 창고는 순식간에 불기둥이 되어버렸다.

……

몇몇 사람이 벌건 불꽃을 뒤집어 쓴 채 기어나왔다. 나딩굴며.

불꽃춤을 추었다.

창고가 모로 휘청 기울더니 쓰러졌다. 풀썩, 불꽃과 검은 연기가 치솟았다. 42쪽

 

 

자료제공 김홍신문학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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