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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놀뫼단상] 한국판 뉴딜의 아쉬움
정경일 (건양대학교 디지털콘텐츠학과 명예교수)
기사입력  2020/11/25 [10:34] 최종편집    논산계룡신문

지난 11월 중순 문재인대통령은 코로나 19 사태 이후 경기회복을 위한 전략회의를 주재하면서 향후 우리나라 발전의 중요한 동력으로 ‘한국판 뉴딜’정책을 강력히 밀고 나갈 것임을 천명하였습니다. 이 정책은 이미 지난 7월에 그 윤곽이 발표된 이후,  이날 대통령이 직접 그 내용을 설명하면서 우리나라 경제의 발전에 관한 기본 틀로 자리잡게 되었고 대통령은 이 사업을 통해 경제발전에 대한 강한 의욕을 표명하였습니다. 

필자는 경제나 정책 전문가가 아니므로 이 정책의 구체적인 내용이나 추진하고자 하는 방향에 대해  평가할 위치에 있지 않습니다. 그저 소박하게 정부가 추진하는 이 사업들이 커다란 성과를 거두어 우리 국민들의 삶이 지금보다 더 나아지기만을 바랄 뿐이지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글을 쓰는 것은 ‘한국판 뉴딜’이라고 하는 용어에 대한 아쉬움 때문입니다. 뉴딜(New Deal)정책이란 미국의 루스벨트 대통령이 경제 대공황으로 미국이 극심한 경기침체에 빠지자 이를 극복하기 위해 추진했던 정책으로 이를 통해 미국 경제는 회생의 기반을 마련하였고, 이후 미국은 세계 경제의 중심으로 자리 잡을 수 있게 되었습니다 

우리 정부도 미국이 경험한 이와 같은 성공사례를 재현하고 싶은 마음이 있었나 봅니다. 그렇기에 이 정책들의 이름에 한국판이라고 하는 용어를 사용했겠지요. 그런데 왜 굳이 이름을 ‘한국판’이라고 했을까요? 지금부터 90여년 전에 미국에서 시행했던 정책과 아무리 기본 취지가 비슷하다고 해도 그 당시와 지금은 정책의 구체적인 내용이나 환경이 전혀  다를 터인데, 왜 우리말로 정책의 이름을 붙이지 못하고 뉴딜의 앞에 ‘한국판’이라고 하는 전혀 창의적이지 않은 이름을 붙였는지 궁금하고 아쉽기만 합니다. 우리가 우리의 발전을 위하여 스스로 기획하고 추진해 나아가야 할 정책에 왜 우리식의 이름을 붙이지 못했는지 못내 아쉽기만 한 것은 저 혼자만의 생각일까요?

그 이유가 혹시 최근 유행하고 있는 'K'시리즈를 따르고 있는 것은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기는 합니다. 한국판 뉴딜은 영어로 ‘K NewDeal’ 이라고 표기하더군요. 이는 최근 전세계인이나 때로는 우리 스스로 우리의 문화와 사회 현상 등을 자랑스럽게 표기하는 유행을 따른 석은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듭니다. 가장 먼저 한류의 중심이 되었던 K Pop,  K Drama를 비롯하여 K Beauty, K Fashion, K Food 등을 거치며 이제는 세계적인 관심사가 된 ‘K 방역(K Quarantine)'에 이르기까지 'K' 로 시작하는 단어들은 모두 한국인의 자부심을 드러내는 명명법이 되어가고 있습니다. 한국판 뉴딜도 이를 의식하여 붙여진 이름은 아닐까 짐작해 봅니다.  

그런데 앞서 살펴 본 대부분의 K 시리즈는 모두 우리의 독창적이고 주도적인 내용에 대하여 세계인들이 이를 인정해주고 칭찬하고 심지어 우리의 것을 동경하고 따라하면서 자연스레 부여된 이름입니다. 나아가 이들은 독립적인 하나의 현상으로 그치지 않고 서로 유기적이고 복합적인 관계를 맺어 가면서 발전해 오고 있습니다. 즉 한국 가요와 드라마가 좋아서 한국어와 한글을 배우게 되고 이 과정에서 한국 음식을 알게 되고 한국 배우들의 화장법을 따라하면서 한국 화장품을 구매하게 되는 등의 선순환이 일어나고 있는 것입니다. 그러기에 우리는 이러한 이름을 자랑스럽게 생각하게 되지 않습니까?

그러나 한국판 뉴딜은 이러한 독창적인 결과물이라기보다는 기획 단계에서부터 작위적으로 결정된 이름으로, 이름에서부터 미국의 정책에 대한 모방 내지 차용의 의미가 강하게 느껴집니다. 정책의 주요 내용도 그 당시와는 전혀 다른데 말이죠. 물론 어려움에 처한 국가의 경제를 다시 일으키고자 하는 목적과 의도는 충분히 이해가 됩니다. 그러나 한 국가의 정책이라면, 더욱이 대통령이 직접 발표할 정도의 중차대한 국가적 과제라면 그 자체로 국가적 자존심이 표명되어야 하지 않나 생각합니다. 일반 사회에서 또는 언론에서 자연발생적으로 만들어진 이름이 아닌 국가가 주도적으로 명명한 이름에서 한국인의 자존심을 세우는 일차적인 방법은 무엇일까요? 그것은 자랑스런 우리말과 글을 사랑하는 일입니다. 국가의 경제는 때로는 어려움이 있고 힘들더라도 언젠가는 극복되어질 과제입니다 그러나 우리말과 글을 지켜나가지 못해서, 그래서 우리의 정신을 잃는 것은 결코 회복되기 어려운 일이기 때문입니다. 

▲ 정경일 건양대학교 디지털콘텐츠학과 명예교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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