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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유자적, 세상이야기] 한해를 돌아보며...‘역지사지의 마음’
기사입력  2020/12/29 [15:16] 최종편집    논산계룡신문

 

최근 황당한 일을 겪었다. 밭에서 쪼그리고 일하던 남편의 머리 위로 활시위가 여러 차례 날아가고, 휙 휙 하는 소리에 놀란 남편이 자리에서 벌떡 일어서보니 이웃 사람이 활을 쏘고 있었다. 사람의 인기척을 느끼고 행위를 멈추기는 했으나 그는 한마디의 말도 없이 가버렸다. 

외출에서 돌아온 필자는 그 상황을 듣고는 당장에라도 찾아가 항의를 하고 싶었으나, 늦은 시각이고 격앙된 상태라 안정을 취해야만 했다. 다음날, 우여곡절 끝에 당사자와 통화를 하게 되었다. 그는 사람을 보고는 더 이상 쏘지 않았다는 말을 하며, 놀랐다면 사과한다고 했다. 그러면서 사람이 있는지를 확인하고 활쏘기를 하는 것은 괜찮지 않을까란 예상 밖의 소리에, 일상의 안전을 위협받는 행위는 삼가 줄 것을 거듭 요청하고 통화를 마무리 지었다.

필자의 집 인근에서 사는 그는 1년 전부터 대형 과녁을 설치해두고 활쏘기를 하는 모습이 종종 보여 불안감이 생긴 것도 사실이다. 하지만 이번 일을 겪으며 사고는 예고하지 않는다는 것을 명확히 알게 되었다.  

그러면서 활쏘기에 대해 알아보았다. 활쏘기는 국궁이라고도 하는데, 옛날에는 전쟁에서 무기로 쓰던 것이라 자칫하면 대형사고로 이어질 수 있어, 규율이 매우 엄격하고 예를 중시한다고 했다. 궁술협회 사이트에는 신체단련에 앞서 국궁인으로서 가져야 할 마음가짐, 즉 정신 수양을 통한 참다운 인격 형성을 요구하는바, 이 점은 국궁인이라면 반드시 지켜야 할 수칙인 국궁 9계훈(弓道九戒訓)을 따라야 한다며, 예절을 강조하고 있었다. 

몇 해 전, 훈련병이 지나가는 통행로 위로 국궁 화살을 쏜 훈련소 연대장에 대해 국가인권위원회가 징계를 권고했다는 기사가 눈에 들어왔다. 국궁에 관심을 갖고 취미 활동으로 활쏘기를 연습했다는 그는 “병력이 이동할 때는 사격을 멈췄다가 병력이 통과하고 나면 화살을 쐈다”는 해명을 했다는데, 규율과 예는 어디에도 찾아볼 수 없는 변명처럼 들렸다.

우리는 종종 스스로의 행위를 정당화시킬 때가 있다. 물론 필자도 예외는 아니다. 그래야 자신이 저지른 행동의 정당성과는 무관하게 자신의 마음이 편해지기 때문이라고 전문가들은 말한다. 그런 자기 합리화와 정당화에도 불구하고 그 행동으로 인해 누군가 피해를 입었다면 그 행위는 잘못된 것이다. 

이번 일을 계기로 필자도 한 해를 돌아다보았다. 누군가에게 상처를 주는 일은 없었는지, 쌍방향 소통이 아닌 일방적 전달은 아니었는지, 역지사지(易地思之)의 마음은 있었는지의 물음 앞에 당당할 수만은 없었다. 

코로나19가 장기화되면서 비대면 소통이 늘고 있는데, 얼굴을 마주하는 대면 소통보다 더 어려울 수 있다. 의사소통은 서로의 생각과 느낌을 주고받는 일로 말이나 글, 그 밖의 소리, 표정, 몸짓 등의 표현으로 이루어지는데, 비언어적인 요소들을 확인할 수 없는 상황에서는 더더욱 역지사지의 마음이 필요하다. 무슨 일이든 자기에게 이롭게 생각하거나 행동하는 것을 뜻하는 ‘아전인수(我田引水)’가 아닌 상대편의 처지나 입장에서 먼저 생각해 보고 이해하며, 한 해를 잘 마무리할 것을 스스로에게 주문해 본다.  

 

노태영 (행복을 리추얼하는 작가/ 라이프코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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