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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 리뷰| 이정의 장편소설 『국경』
기사입력  2021/02/24 [13:58] 최종편집    논산계룡신문

 

 

▲ 이정 작가     ©

 

▲ 평양의 조선예술영화촬영소를 방문하여 북한 최고의 여배우 김옥히와 함께.     ©

 

90년대 구소련이 무너진 후, 북한은 극심한 식량난에 허덕이면서 핵을 준비한다. 이때 남북교류가 시작되고 남북 간에는 불빛이 비추기 시작한다. 

남북 민간교류란  명분으로 H신문 이인철 기자는 편의상 민족문화연구소장이란 직함과 문화재전문기자란 명분을 얻는다. 북한의 대남 창구인 조선아세아 태평양평화위원회(아태)에서는 사업비로 위장한 방북 댓가를 턱없이 많이 요구했다. 그 무렵 H 그룹의 금강산 관광사업이 개시되었다. 식량난이 극에 달하던 때였다. 

남북한 대민 교류는 시작되었지만 대북 사업은 지지부진, 그럼에도 서울의 사업가들이 너도나도 대북사업에 뛰어들었다. 그러나 별 진도는 없다. 따지고 보면 북한은 사업을 할 의사가 애초에 없었다고 볼 수 있다. 우선 급한 대로 돈이나 받아먹고 보자는 정책이 아니었을까? 남한을 적국으로 보는 상태에서 무엇을 기대할 수 있었겠는가? 

정연화란 처자는, 이인철 기자가 탈북자를 돕던 시절 북경의 조선족 어느 단체를 통해 백두산 밑 동굴에서 만나게 되었다. 음습한 굴속에서 굶기를 반복하며 구원의 손길을 기다렸다. 파리한 얼굴의 그녀는 아이를 낳아 옷도 못 입힌 채 두 달이 되었다. 그녀가 대학 다닐 때 부모는 식량을 구하기 위해 고향을 떠났고 기숙사 급식도 중단되었다. 그녀 역시 살기 위해 두만강을 건넜다. 연변에서 검은 손에 속아 결국 임신하고 막달이 되어 동굴로 들어왔다. 이인철 기자는 어렵사리 그녀를 구출하여 북경의 조선족 식당에 맡긴다. 공안에 걸리면 바로 북송될 처지, 그런 그녀를 황철호 참사가 본 것! 그 후 그녀는 집밖을 나섰다가 행방불명된다.

“우리는 통일되기 전까지 결코 서로를 이해 못해.”

“비키라우.”

이렇게 북의 황철호 참사는 남한의 이인철 기자를 밀치고 떠났다. 보지 말아야 할 탈북자 정연화를 그 식당에서 보았기 때문이다. 당장 공안에 신고해야 마땅한 사안이지만, 이인철과의 의리로 고민해야 할 판이다. 이인철과 그는 남북이란 신분이 다를 뿐 두어 번 거래를 하는 사이 의리와 우정이 돈독해지면서 의형제를 맺은 사이, 그러나 빅브라더스를 향한 그들의 충정과 양심은 또 달랐다.

황 참사는 이인철 기자를 통해 문화재 밀매를 사정해왔다. 이기자는 두 번 그들의 훔친 문화재 두 점을 비밀로 한국 화상에게 팔아다 준다. 이 일로 상호간에 신뢰가 깊게 쌓였고 이번엔 국보급 신라 금관을 두고 커넥션이 오가는 중이다.

평양에서 초대장만 오면, 신문사 국장은 기분이 좋다. 혹시 자기네 신문사가 평양 특파원 파견이라도 딸까 해서이다. 초대장을 보낸 사람은 황 참사다. 남북 장관급 대담 때 북경공항에서 처음 만난 사이였지만 남한 신문을 통해 이인철을 이미 잘 알고 있었다. 밀매를 도와줄 믿을 만한 당사자로 이인철을 찍은 것. 허나 북한과의 일은 언제든 스위치를 내리면 꺼지는 전등 같은 것에 지나지 않음을 다 알고 하는 사업이었으리. 허나 그 둘 사이에 신뢰가 쌓여갔다.

늘어나는 탈북자들의 증언을 통해 반신반의 하던 그들의 식량 실정은 정연화의 실상으로 보나 그 이상으로 최악이었다. 공산주의 경제의 분배의 실패일 것이다. 중앙당 농업담당 비서가 처형까지 당했다. 창고 안의 실물과 문서상의 수량의 차이로 창고는 텅 비어갔다. 배급이 중단되었다.

황 참사는 밀매한 문화재 대금으로 아흔 여명의 굶어가는 수하를 돌보고 있었다. 도둑은 점점 뱃장이 커지는 법, 세 번째 부탁은 국보급 신라 금관, 거물이다. 그 보물엔 눈독을 들이는 하이에나들이 많았다. 황 참사는 죽을 각오로 공안에 잡혔던 정연화를 구출해낸다. 신라 금관과 그녀를 데리고 두만강을 건너 연변 땅에서 이인철과 만난다. 황참사가 의리를 지킨 것. 가져 온 신라금관을 택배로 한국에 부친 후 정연화를 데리고  한국에 들어온다. 

두 주일 내에 대금을 전달하기로 약속했지만 소식이 끊겼다. 두 달이 지나고 일 년이 지났다. 정연화는 이인철의 보살핌으로 한국에 탈북자로 등록되어 아파트도 받고 정착금도 받았다. 허나 정연화는 교통사고로 허무하게 죽는다. 이인철은 그녀를 자기네 선산 발치에 묻어 준다.

13년이란 세월이 흘렀다. 그간 김정일 체제에서 김정은 체제로  바뀌는 사이 황 참사는 뒷전으로 밀리면서 정치적 탄압을 받는다. 소위 숙청되어 조선소 용접공으로 전락한다. 13 년 후 조선소에서 탈출한다. 

기다리고 기다리다 포기할 즈음 이인철은 그의 메일을 받는다. 만나 대금을 지불할 기회가 왔다. 하얼빈의 한 호텔에서 만나 대금은 일단 금고에 넣는다. 그리고 둘은 밖으로 나왔다. 이미 그들을 추적해 온 하이에나들과 공안에 포위된다. 황 참사는 도망치지만 독안의 쥐와 다름없다. 총소리가 들려온다. 이인철은 ‘문화재 절도 국제조직의 일원’으로 체포된다. 이럴 수가!?

이 소설의 엔딩은 허망 자체이다. 혹시나 했던 기대가 분노로 치를 떨게 한다. 사랑도 허망으로 끝났으며 끈끈하던 우정도 그랬다. 의리도 허망이었고 기다림도 허망으로 끝났다. 빅브라더스를 향해 소리치고 싶다. “헛되고 헛되도다! 다 물거품이 되어버린 사랑이여, 믿음이여.”


‘내가 이정의 장편소설 『국경』 리뷰를 쓰게 된 것은 우리 마을 봉동리 작가 이정의 놀라운 이 소설을 소개하고 자랑하고자 함이다. 작가 이정은 90 년대 이후 북한과 중국을 15년에 걸쳐 수십 차례 드나든 북한 전문기자였다. 이 책은 2013 년 문화체육관광부 우수 교양도서로 선정된 책이다. 읽는 재미도 소록소록하다.

- 안정혜(시민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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