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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층취재] 복지와 행정의 사각지대, 은진아트빌 24세대의 명·암
기사입력  2021/11/18 [16:04]   논산계룡신문

[심층취재] 연서리 ‘은진아트빌’ 일원 

복지와 행정의 사각지대, 은진아트빌 24세대의 명·암

편견과 불평등을 넘어 새로운 변화에 도전 필요 

 

논산시는 2018년 3월 30일 전국에서 처음으로 <논산시 동고동락 마을자치회 설치 및 운영 조례>를 제정 공포했다. 이듬해인 2019년 8월에는 494개 모든 마을에 마을자치회 구성을 완료했다.

획기적인 일은 여기서 끝나지 않는다. 논산시는 전체 주민세 5억여 원을 마을자치회 활동을 장려하기 위한 사업으로 환원하였다. 이에 주민들은 마을자치회를 중심으로 주민역량교육과 복지, 환경개선, 문화 등 다양한 분야에서 스스로 과제를 도출해 사업을 제안한다. 시의 심의를 거쳐 선정된 사업은 제안한 주민들이 직접 실행한다.

이러한 구조는 참여민주주의와 재정민주주의를 실현하는 모범 사례로 주목받아 시대적 과제인 지방자치 발전의 새로운 이정표를 제시하며 대내외적으로 높은 평가를 받고 있다.

대한민국은 선진국 반열에 들어서고, 지방정부는 마을 민주주의의 혁신도시로 자리매김하는 가운데 복지와 행정의 사각지대가 다름 아닌 논산시 한가운데 존재하고 있다. 바로 은진면 연서리 은진아트빌 일대다. 2017년 완공된 은진아트빌 3동에는 24가구가 옹기종기 모여서 정겹게 살고 있다. 특히 이곳에는 젊은 부부가 많아서 초등학생 이하 아이들이 20명에 달한다. 

그러나 이곳 24세대에서 20명의 아이들이 자라고 있는지 잘 알지도 못할뿐더러 관심을 가지는 이도 별로 없다. 논산이 자랑하는 아동친화도시, 주민자치회, 마을자치회 등의 모든 시스템이 여기에 들어오면 허울 좋은 개살구처럼 구두선일 뿐이다. 은진면사무소가 지척이고, 인근 용산리에서는 둘레길이 조성되고 있는데, 그 사이에 있는 연서리 은진아트빌 주변을 둘러보면서 그네들의 살림살이 이야기를 들어본다. 

 

  

집집마다 아이들인 공동주택에 모래밭놀이터 하나 없어

 

은진면 인구도 줄고 있다. 취업난과 불안정한 일자리, 천정부지로 치솟는 집값, 물가 상승에 따른 생활비용 지출 등의 사회적 압박으로 인해 연애와 결혼, 출산을 포기한 청년층이 늘면서 지역 인구는 계속 하향곡선이다. 이미 초고령화사회로 진입한 우리 논산도 지방소멸이 이제 강건너 동네 이야기가 아닌, 발등의 불이 되었다. 이런 흐름 속에서 조그마한 공동주택에 20명의 아이가 자라고 있다는 것은 사막의 오아시스처럼 희망차고 벅찬 현상이다. 

“한 아이를 키우려면 온 마을이 필요하다”는 아프리카 속담처럼 아이가 잘 자라기 위해서는 다양한 공동체의 노력이 필요하다. 특히 <공동육아나눔터>와 같은 지역사회의 다양한 주체들의 관심과 배려가 있어야 육아 고민들이 현실적으로 해결된다.

논산시는 지방행정의 객체로 머물러 있던 주민을 지역의 주인으로 자리매김하기 위하여 주민자치회와 마을자치회 등의 활성화를 적극 도모하였다. 의제의 발굴에서부터 결정 등 전 과정에 주민이 참여하여 주민들이 주인이 되는 풀뿌리 참여민주주의의 구현으로 지방자치의 새로운 길을 제시했다.

이런 지방자치의 새로운 가치를 구현하는 데 있어 미처 생각하지 못한 게 있다. 바로 복지와 행정의 사각지대이다. 지역주의가 심화되어 있는 곳에는 기존 주체들의 이질감에 대한 편견이 과거부터 여전히 존재한다. 소위 텃세는 논산만의 고질적인 해프닝이 아닐 것이다. 외부인에 대한 이질감은 과거의 답습으로 일관되고 있다. 편견과 불평등을 넘어 새로움을 반기고 변화에 따른 도전보다는, 마치도 존재하지 않는 투명인간처럼 도외시하는 분위기다. 이렇게 해서 발생하는 복지와 행정의 사각지대는 못 본 것이 아니라, 안 보는 것이다.  

타지에서 유입되는 외지인은 살기는 같이 살되, 다같은 논산사람이 아니라는 시선이다. 주민은 원주민, 그리고 이방인 이렇게 두 부류가 존재한다. 이런 편가름식 시선은, 적극적인 주민참여가 필수 요건인 마을자치까지도 걸림돌이 되고 있다. 그러다 보니 복지와 행정의 사각지대가 만들어지고, 그 사각지대에 거주하는 이방인들의 육아는 각자 도생하는 방식을 취한다. 공동육아는 딴 나라 얘기고 여기서는 완전 개별 육아다.

은진아트빌에서 4년째 살고 있는 전모 씨는 “윗집 4층에도 아이들이 살고, 옆집에도 폴더 인사하는 아이가 있으며, 2층과 1층에도 4명의 아이들이 살고 있다”며 흐뭇해한다. 그러나 그 웃음에는 그림자가 묻어 있다. “꽤 많은 아이들이 사는데 아이들이 놀 수 있는 그 흔한 모래밭 놀이터 같은 게 한 군데도 없다. 젊은 엄마 아빠들을 논산에 살러 오라고 적극 유치해도 시원찮은 마당에, 본인들이 알아서 이렇게 들어와 살고 있는 상황에서 시 당국이나 주민자치회 같은 데서 너무 무심한 거 같다.”며 한숨을 내쉰다. 

 

교육·주거환경 열악한 복지사각지대

 

어디, 놀이터만 그러겠는가? 은진아트빌을 지나가는 마을길에는 가로등이 하나 밖에 없다. 그것마저 고장날 때가 있는데, 그 때는 은진아트빌 내에 위치한 공동주택 가로등 불빛에 의존하는 실정이다. 공동주택 단지 내에서 마을길로 진입하는 도로에 반사경은 안전필수시설인데, 그거 하나 설치하는 데 4년이나 걸렸다. 새로 부임한 면장이 와서야 비로소 해결된 숙원사업이었다.

주변의 주거 환경도 청정 구역이 못된다. 은진아트빌 인근 직선 100m 거리에는 돼지부속물 가공공장이 들어서 있다. 돼지부속물 가공시 생기는 악취의 빈도가 날이 갈수록 높아만 간다. 동네어르신한테 물어보니 “1년에 몇 번 갖다 주는 고기를 얻어먹은 죄로 동네사람들이 아무 말도 못하고 지낸다”고 털어 놓는다. 스쿨존처럼 이 동네도 밖에 나와서 신나게 뛰어놀아야 할 아이들이 다수 밀집해 있기에, 교육 유해 환경도 어른들이 신경 써서 해결해 주어야 할 과제 중 하나다. 

한 주부는 여기 살림살이 환경도 여의치 않다고 한다. 24세대에 가스를 공급하는 가스공급 업자의 부도덕한 행위로 여타 공동주택보다 비싼 가스요금을 지불하고 있는 점을 지적한다. 공급업체를 바꾸려 시도해 보았지만, 현 업체가 타 공급업체에게 ‘공급시설이 본인 것’이라는 둥 ‘미수금이 많다’는 둥의 허위사실을 내세우면서, 골치 아픈 동네라는 선입관 주입으로 이곳 주택 접근을 원천봉쇄하고 있다는 것이다. 

 

명실상부한 선진국, ‘선진논산’으로 가는 길

 

이러 저런 문제가 있기는 하지만, 은진아트빌은 메리트가 많은 주택가이다. 우선 시내가 가까워 교통이 편리하다. 내부는 각종 편의 시설이 잘 갖춰져 있어 깔끔한 시설에 전원주택의 호화스러움까지 누릴 수 있어 젊은 부부들 사이에 인기가 높고, 실제로 입주자 대부분은 젊은 세대들이다. 

연서리 일대도 변화의 물결이 일어왔다. 은진관아골은 주민건강과 마을학교가 활성화 일로이다. 최근 연서리 일대는 맛집들이 들어서고 골프연습장, 배드민턴 전용관 같은 시설들로 포진해 있다. 조성 완료 단계인 용산리 둘레길은 머잖아 은진면 전용을 넘어 논산시민 전체의 산책로로 입소문날 거 같다. 

이런 흐름 속에서 ‘마을 복지’의 외연을 확장해 본다. 지난 7월 2일 스위스 제네바에서 열린 제68차 유엔무역개발회의 이사회에서 한국을 A그룹(아시아, 아프리카)에서 B그룹(선진국)으로 옮기는 안건을 만장일치로 통과시켰다. 이에 따라 미국 일본 독일 영국 프랑스 등으로 구성된 선진국 B그룹은 대한민국이 포함되며 32개국으로 늘어났다. 유엔무역개발회의(UNCTAD)가 특정국 지위를 개발도상국에서 선진국으로 변경한 것은 설립 57년 만에 처음 있는 일이다. 이는 세계 10위권 경제 규모 및 2년 연속 주요 7개국(G7) 정상회의에 초청되는 등 국제사회에서의 우리나라 위상이 높아진 점이 반영된 것이라고 할 수 있다.

우리나라는 1996년 OECD에 가입한 이후 꾸준히 선진국과 복지국가를 지향해 왔다. 김대중 정부에서는 생산적 복지, 노무현 정부에서는 참여 복지, 이명박 정부에서는 능동적 복지, 박근혜 정부에서는 맞춤형 복지로 복지의 이념을 펼쳐왔고, 문재인 정부에서는 포용적 복지국가로 표현하였지만 큰 틀에서 우리 사회의 나아갈 방향이 복지국가임은 흔들리지 않고 꾸준히 계승 발전해 왔다.

이처럼, 현재 대한민국은 선진국이다. 논산시는 ‘지방자치의 상’을 모조리 싹쓸이하고 있는 ‘지방자치의 선도도시’이며 ‘아동친화도시’이다. 그런데 우리는 행복하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그것은 우리가 빠르게 선진국이 되면서 복지 논산을 만들면서 간과했던 문제들이 나타나고 있기 때문이다. 우리 스스로 이런 문제들을 해결하지 못하면 미래의 더 나은 논산을 만드는 데 걸림돌이 되리라 생각한다.

 

이정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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