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팩트체크] ‘프로크루스테스의 침대’가 되어버린 '애국가 정원' 사업

논산계룡신문 | 기사입력 2025/08/24 [21:58]

[팩트체크] ‘프로크루스테스의 침대’가 되어버린 '애국가 정원' 사업

논산계룡신문 | 입력 : 2025/08/24 [21:58]

 

 

계룡시가 야심차게 추진 중인 애국가 정원사업이 지금, 논란의 중심에 서 있다. 일각에서는 이를 도시 브랜드 제고를 위한 미래 투자라고 주장하지만, 많은 시민들과 시민단체는 이 사업이 과연 실질적인 시민의 삶에 어떤 가치를 더하는지, 또 얼마나 절차적 정당성을 갖추었는지에 대해 깊은 의문을 제기하고 있다.

사실 이 사업을 둘러싼 논란의 본질은 애국심이나 조형물이 아니다. 시민을 배제한 채 진행되는 일방적 행정, 예산의 불투명한 집행 과정, 그리고 시정 책임자의 독단적 판단 구조가 문제의 핵심이다.

 

'성장통'이 아닌, 왜곡된 행정의 산물

 

이 사업을 두고 일부에서는 도시 발전을 위한 성장통이라 표현하기도 한다. 하지만 지금 계룡시가 겪고 있는 혼란은 자연스러운 성장의 진통이 아니다. 오히려 돈 키호테가 허공을 향해 창을 휘두르듯, 현실과 동떨어진 시장의 구상에 행정 시스템 전체가 억지로 끌려가는 형국이다.

이는 마치 고대 그리스 신화에 등장하는 프로크루스테스의 침대를 연상케 한다. 프로크루스테스는 자신의 침대에 맞지 않는 사람의 팔다리를 자르거나 억지로 늘려 침대에 맞췄다. 지금의 계룡시 행정은 마치 이 신화처럼, 시장의 이상과 계획에 맞추기 위해 시민의 상식과 예산, 그리고 의회의 권한마저 무시하고 있는 듯하다.

애국가 정원 사업은 20239, 6억 원(3억 원은 특별조정교부금)의 예산으로 시작되면서 예산 증액이 반복됐다.

계룡시는 특색 있는 공원을 조성하여 국방도시의 이미지를 높이겠다고 포부와 함께 사업을 시작했다. 하지만 사업 대상지는 계속 변경되었고, 예산도 덩달아 증가했다. 애초 계룡문 인근에서 시작된 사업 대상지는 금암동 고속버스 정류장 부근을 거쳐, 금암동 새터산 공원으로 옮겨졌다. 이러한 변경은 사업의 기본 틀을 흔드는 결정임에도 불구하고, 충분한 시민 의견 수렴되지 않았다.

20246, 시는 99천만 원의 추가 예산을 요청했고, 의회는 그 중 39천만 원만을 승인했다. 그리고 그해 12, 계룡시는 9800만 원 규모의 공사를 발주했다. 사업 내역에는 조경·토목 공사 6600만 원, 전기공사 22백만 원, 폐기물 처리 8백만 원, 관급자재 251백만 원, 감리 및 기술지도 등으로 예산이 책정되었다.

여기서 문제가 또다시 발생한다. 시는 "기존 예산으로는 조형물, 음악분수, 진입로 등을 포함한 본래의 정원조성이 불가능하다", 95천만 원의 추가 예산을 요청했다. 하지만 이 금액은 지난 1회 추경에서 전액 삭감됐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시는 예산이 증액될 것을 전제로 현재 공사를 집행하고 있는 정황이 드러났다.

시민단체에서 현장 소장에게 확인한 결과, “예산 증액이 이미 확정된 듯 공사가 이어지고 있다는 증언까지 나왔다. 아직 시의회가 예산을 증액해 주지도 않았는데 말이다.

지난 822(), 조광국 의원은 5분 자유발언을 통해 행정절차상 및 장소의 안전성과 접근성은 물론 지난 1회 추경에서 삭감된 예산을 추가로 계상하여 의회 승인을 전제로 공사를 추진하는 행위는 시민은 물론 시의회를 무시한 것으로 의원들이 시장의 거수기인 것을 기정사실화하는 시 행정의 폭주로밖에 볼 수 없다고 비난했다.

 

반복되는 독단과 책임 전가

 

이응우 시장의 시정운영에서 반복적으로 드러나는 문제는, 성과는 본인의 몫으로 챙기되, 책임은 실무 공무원에게 전가한다는 구조다. 대표적인 사례가 상수도 복선화 사업이다. 사업 일정 지연에 대한 책임을 회피하기 위해 자체 점검이 가능함에도 충남도 감사 요청이라는 외부 조치를 택했고, 담당 과장을 징계했다. 결국 아무런 문제점이 확인되지 않은 채 해프닝으로 마무리됐다.

이케아 유치와 관련된 부지 개발 과정 역시 비슷한 흐름을 보였다. 사업자와 MOU를 체결하며 청사진을 제시했지만, 부지가 공매로 전환되자 책임은 또다시 실무자들에게 떠넘겨졌다. 시민 여론조사를 진행했음에도, 그 비용 집행은 여전히 오리무중이다.

태조 이성계를 주제로 한 오페라마 기획 사업은 더욱 뚜렷한 예다. 2억 원의 예산을 들여 추진했지만, 입찰 업체의 허위 실적증명서가 언론 보도를 통해 드러난 후에야 부랴부랴 계약을 파기하고, 뒤늦게 법적 조치를 취했다. 애초에 검증만 제대로 됐더라도, 이런 행정적 낭비와 혼란은 발생하지 않았을 것이다.

 

시의회와 시민의 역할은 지금부터다

 

이제 계룡시민들은 곧 다가올 2회 추경 결과를 눈을 부릅뜨고 지켜보고 있다. 보지도, 들은 적도 없는 조형물과 분수, 진입로에 수억 원의 예산을 허락하는 것은 시민의 대표로서 자격이 없는 행위라 판단한다.

무엇보다 이번 사업의 방식은 누가 무엇을 위해 어떻게 결정했는가라는 가장 기본적인 질문에 대해 명확한 답변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 의회의 본래 역할은 행정부에 대한 견제와 감시이다. 시민의 혈세가 불합리하게 사용되는 것을 막는 최후의 보루다. 의회가 이 역할을 방기한다면, 그에 대한 평가는 결국 유권자의 표심으로 돌아올 것이다.

한편, 김범규 계룡시의회 의장은 이번 추경에 올라온 예산을 시민들의 의견을 들어가면서 좀 더 깊이 있게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중요한 것은 지금이라도 행정의 속도보다 공공성, 절차의 정당성을 우선하는 행정 철학으로의 전환이다.

 

 

- 전영주 편집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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