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별대담] 허염 전 금암동장 “행정은 기술이 아니라 신뢰입니다”35년 공직을 내려놓고, 계룡의 미래를 설계하다
35년간 공직자의 길을 걸어온 행정 전문가가 정치의 길에 들어섰다. 주인공은 허염 전 금암동장이다. 허 전 동장은 지난 5월 명예퇴직으로 공직 외길을 마무리한 뒤, 계룡시장 선거라는 새로운 도전에 나섰다. 1969년 충남 서천에서 태어난 그는 지난 9월 계룡으로 거처를 옮기며 지역에 완전히 뿌리를 내렸다. “행정은 서류로 배우는 것이 아니라, 그 도시에서 살아봐야 비로소 보입니다.” 계룡에 대한 그의 첫 진단이다. 조달청 4급 서기관으로 재직 중인 배우자와의 사이에 1녀 2남을 두고 있으며, 장녀는 중앙부처 공무원, 장남은 수의과대학 재학생, 막내는 군 복무 중이다. 공직과 학업, 군 복무로 이어진 가족의 이력은 그의 삶과 행정 철학을 이해하는 하나의 단서이기도 하다.
∎ “관광 자원이 없다면서, 관광 자산은 왜 베었나”
허 전 동장은 계룡시의 출범 과정부터 이야기를 꺼냈다. “계룡시는 2003년 7월 18일, 계룡시 설치법이 국회를 통과하면서 같은 해 9월 19일 공식 출범했습니다. 출범 당시 계룡시는 ‘상록 자연’을 핵심 가치로 삼아 출발한 도시였습니다.” 그는 계룡이 지금도 충분한 경쟁력을 가진 도시라고 평가했다. “면적은 60.69㎢로 크지 않지만, 자연환경과 군 관련 인프라, 정주 여건은 결코 뒤지지 않습니다. 경기도 일부 시나 서울의 일부 자치구, 목포시보다도 넓습니다. 중요한 것은 규모가 아니라, 어떻게 활용하느냐입니다.” 최근 계룡시 행정에 대한 그의 문제의식은 분명했다. 특히 새터산 사거리 ‘애국가 정원’ 조성 과정은 비판의 핵심이었다. “애국가 정원 자체를 반대하는 것은 아닙니다. 문제는 계룡시가 ‘관광 자원이 없다’고 말하면서도, 시 홈페이지에서 ‘계룡시 가볼 만한 곳’으로 소개된 새터산 벚꽃길의 20~30년 된 아름드리 벚나무를 베어냈다는 점입니다.” 그는 시간의 가치가 무시된 행정을 지적했다. “콘크리트 구조물은 6개월, 길어야 1년이면 만들 수 있지만, 벚꽃나무는 다시 자라려면 최소 20~30년이 걸립니다. 그 시간을 시민의 동의 없이 잘라낸 것은 행정의 오만입니다.” 특히 공론화 과정의 부재를 문제 삼았다. “공청회 한 번, 제대로 된 시민 의견 수렴 한번 없이 결정된 행정이 과연 시민을 위한 행정인지 묻고 싶습니다.”
∎ “여민동락, 낮은 자세의 시정이 필요하다”
허 전 동장의 시정 철학은 고전에서 출발한다. 그가 제시한 핵심 키워드는 ‘여민동락(與民同樂)’이다. “맹자는 양혜왕에게 ‘백성과 즐거움을 함께하면 왕답다’고 했습니다. 시장은 시민 위에 군림하는 존재가 아니라, 시민과 함께 문제를 고민하고, 실행된 정책에 대해 책임을 지는 자리라고 생각합니다.” 그는 이를 ‘낮은 시정’이라 표현했다. “정책은 위에서 내려오는 것이 아니라 아래에서 올라와야 합니다. 시민이 공감하지 못하는 정책은 아무리 멋져 보여도 실패합니다.” 허 전 동장이 정치의 출발점으로 삼은 또 하나의 고전 구절은 ‘항산이 없으면 항심도 없다’는 맹자의 말이다. “꾸준한 생업이 있어야 마음도 흔들리지 않습니다. 계룡의 생활경제를 살리는 것이 시정의 출발점입니다.” 그는 소상공인 정책을 구체적으로 제시했다. “소상공인들이 가장 힘들어하는 것이 홍보입니다. 개업 초기 홍보 부담을 덜어주기 위해 시 차원의 행정 게시대 현수막 지원, 공공 게시대 추첨 홍보, 소상공인 통합 온라인 플랫폼 구축 등을 추진하고 싶습니다.” 단순한 지원이 아니라, 체감형 정책을 강조했다. “형식적인 지원이 아니라 실제 매출로 이어지는 정책이 필요합니다.” 일자리 정책에 대해서도 그는 기존 방식의 한계를 짚었다. “노인·청년·제대군인 일자리는 행정이 먼저 정하는 것이 아니라, 해당 단체와 먼저 상의해야 합니다. 그래야 정말 필요한 일자리가 만들어집니다.” 장애인 일자리 역시 같은 철학이다. “장애인이 할 수 있는 일자리는 분명히 있습니다. 다만 행정이 먼저 ‘무엇이 필요한지’ 묻는 것에서 출발해야 합니다. 일자리는 사회적 약자를 배려하는 방향이어야 합니다.” 환경과 개발 문제에 대해서도 그는 이분법을 경계했다. “개발을 하면 환경이 파괴되고, 환경을 지키면 발전이 더디다는 사고에서 벗어나야 합니다. 개발과 환경, 어느 한쪽의 희생이어선 안 됩니다.. 계룡에 맞는 상생형 개발 모델을 만들어야 합니다.”
∎ “계룡엔 지금, 실무형 시장이 필요하다”
허 전 동장은 계룡의 정체성으로 유교문화의 현대적 재해석을 제안했다.
그는 특히 ‘시장 반성대회’를 공약으로 내세웠다. “치적만 홍보하는 시장이 아니라, 시민 앞에서 시정을 평가받는 시장이 되고 싶습니다.” 허 전 동장은 현 시점의 계룡을 이렇게 진단했다. “지금 계룡에는 보여주기식 정치인이 아니라, 즉시 판단하고 즉시 실행할 수 있는 실무형 시장이 필요합니다.” 국민권익위원회 평가와 재정 문제도 언급했다. “통합재정안정화기금은 꼭 필요할 때 쓰는 것입니다. 과도한 사용은 다음 시정에 부담을 남깁니다. 재정 건전성과 예산 투명성이 회복돼야 신뢰도 회복됩니다.”
∎ “이케아 부지, ‘분노의 땅’으로 방치해선 안 된다”
이케아 부지 문제에 대해서는 현 시정을 정면으로 비판했다. “시민들은 이 부지를 ‘분노의 땅’이라 부릅니다. 2022년 취임 100일 기자회견에서 ‘곧 해결된다’던 약속에 대해, 이제는 답해야 할 시점입니다.” 마지막으로 그는 ‘계룡형 마켓’ 구상을 밝혔다. “대전 중앙시장이나 논산 화지중앙시장처럼 크지 않아도 좋습니다. 계룡 시민의 생활에 맞는, 시민이 모이고 서민이 이용하는 시장을 만들고 싶습니다.” 허염 전 금암동장은 인터뷰를 이렇게 마무리했다. “형식보다 실질, 보여주기보다 체감. 시민의 삶이 실제로 나아지는 행정을 통해 ‘활력과 상생의 강소도시 계룡’을 반드시 만들겠습니다.”
- 전영주 편집장 <저작권자 ⓒ 논산계룡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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