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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전광석화’ 유치…속도가 만든 균열
양촌 KDI 논란의 시작은 전광석화와 같은 ‘속도전’이다. 2023.03.23.자 놀뫼신문을 보면 KDI 관련 논의는 백성현 시장 당선인 시절인 2022년 6월 7일 최초 접촉이 이뤄진 것으로 기록돼 있다. 이후 8월 기업유치 면담, 9월 토지 매매계약과 투자협약 체결, 주민간담회·주민설명회가 이어졌다. 2023년 1월 산업단지 지정계획 검토·협의가 진행되었고, 2월 13일 인허가 신청 이후 36일 만에 공장 신설 승인 절차가 마무리됐으며, 3월 24일 착공식이 열렸다. 속도 자체가 곧 문제는 아니다. 그러나 속도가 빨랐던 만큼, 주민들에게 돌아간 설명은 충분했는가, 바로 이 지점에서 갈등이 시작됐다. 특히 위험물 취급, 안전 우려, 생활권 영향이 걸린 시설이라면 더 그렇다. 속도가 빨랐던 만큼, 주민의 질문은 더 크게 남았다.
이 질문에 대한 답이 충분했다면 논란이 되지 않았을 것이다. 그러나 실제로는, 초기부터 “공장 성격을 제대로 알리지 않았다”는 주민 측 불신이 싹트면서 갈등이 시작되었다.
2. 임화리라는 공간…갈등이 ‘확대 재생산’되는 구조
KDI 공장 논란의 중심지로 거론되는 임화리는 20여 가구, 45명 남짓의 주민이 사는 전형적인 농촌마을이다. 그런데 이 마을은 과거에도 “유치”와 “무산”을 반복한 경험이 있었다. 납골당 유치 시도, 체험농장 실패, 폐기물처리장 설치 무산 등... 외부 시설 유치가 마을 공동체에 남긴 기억은 대체로 상처로 남기 쉬웠다. 이런 맥락에서 위험물·방산 시설 유치가 등장했을 때, 주민들의 불안은 단지 ‘공장 하나’의 문제가 아니라 “우리는 또 어떤 결정을 통보받는가”라는 공동체의 학습된 반응으로 번지기 쉽다. 즉, 갈등은 특정 이슈가 아니라, 지역이 반복적으로 경험해 온 ‘설명 부족—통보—불신’의 구조를 타고 증폭된다.
3. “폭탄공장이 아니다” 발언 논란…신뢰는 언어에서 깨진다
‘사실 여부’와 별개로, 갈등의 구조는 이렇게 정리된다.
사실관계가 투명하게 공유되지 않으면, 어느 쪽이든 “상대가 거짓말한다”는 결론에 도달하기 쉽다. 그리고 한 번 “거짓말” 프레임이 굳으면, 어떤 자료를 내도 믿지 않는 상태로 빠져든다. 지금 논산이 겪는 가장 큰 갈등은 바로 이 지점에서 발생했다.
4. 시장의 편지 3천 통…설득의 문장과 선 긋기의 문장이 충돌하다
주민 반발이 거세지자 2024년 초, 백성현 시장은 양촌 주민들에게 편지 3천여 통을 보냈다. 편지에서 백 시장은 “KDI는 수백 명의 고용 창출”, “우수 협력사 유치”, “세수 증대”, “약 1천 명 이상의 추가 고용 창출” 등을 언급하며 경제효과를 강조했다. 동시에 “폭탄공장 또는 폭발공장으로 왜곡하며 공포와 불안을 자극시키는 현 상황에 통탄”이라는 취지의 표현을 넣었고, 제조공정의 안전성은 방위사업청 안전관리 매뉴얼에 따라 통제·관리된다고 밝혔다. 정치는 종종 ‘설득’과 ‘규정’을 동시에 한다. 문제는 주민들이 던진 질문이 “경제효과가 있느냐”만이 아니었다는 점이다. 질문은 대개 안전·절차·영향평가·정보공개의 영역에 있었다. 그런데 그 질문을 던지는 시민을 “공포를 자극하는 왜곡 세력”으로 규정하고 읽는 순간, 편지는 설득이 아니라 선 긋기로 갈라치기가 되었다. 결국 그 편지는 일부 시민에게는 “시장이 설명하려고 노력했다”로, 다른 시민에게는 “시장이 낙인을 찍었다”로 기억되었다. 갈등이 정치화되는 과정은 늘 이런 식이다.
5. 2024년 2월, 갈등이 공식화되다…시민대책위와 시의회 결의
2024년 2월 6일 시민대책위원회가 “논산시가 주민을 속였다”며 논산시청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확산탄 공장 건설 중단”을 요구했다. 이어 같은 달 29일, 논산시의회는 제252회 임시회에서 ‘비인도적 대량살상무기 생산업체(KDI) 논산 입주 반대 청원의 건’을 원안 가결했다. 여기서부터 논란은 더 이상 “양촌의 일부 주민 민원”이 아니게 된다. 시민사회와 의회가 공식적으로 문제를 제기하면서 사안은 지역 정치의 전면으로 올라섰고, 동시에 전국적 이슈(집속탄, 확산탄, 비인도적 무기 논쟁)와 연결되기 시작했다.
6. 환경영향평가서 ‘반려’…절차가 멈춘 자리에서 불신은 더 커졌다
논산시와 KDI의 양촌일반산업단지 추진과정에서 금강유역환경청은 환경영향평가서에 대해 보완을 요구했고, 이후 최종 '반려' 결정을 내렸다. 이 내용을 시민들이 접하게 되면서 갈등의 핵심 변곡점이 되었다.
그리고 반려 사유로는 ▲지질조사 미실시, 지하 구조물·터널 안정성 검토 부족 ▲산지 산업시설용지 사면 안정성 검토 미흡 ▲화약류 등 위험물 사용에 따른 소음·진동 저감 대책 부족 ▲생산시설 계획·생산품·공정 정보 부재로 영향 예측 어려움 ▲화약류 저장시설 지하화 방안 미검토 등이 제시돼 있다. 이 지점은 ‘찬반’을 떠나, 행정·사업자가 가장 먼저 해명해야 하는 대목이다. “부실”이라는 평가가 과한지 아닌지는 추가 검토가 필요하지만, 평가서에서 ‘정보 부재로 영향 예측이 어렵다’는 취지의 지적이 나온 것 자체가 주민 불신을 극대화시킨다. 주민 입장에서는 “우리가 궁금해하던 핵심이 서류에도 없었다”는 결론에 도달하기 쉽기 때문이다.
7. 국회와 시민사회 압박…논산의 이슈가 전국 의제로 번지다
2024년 11월 14일, 황명선 국회의원이 국회 소통관에서 동료 의원과 지방자치단체장, 지역 의원, 시민대책위원들과 함께 집속탄 대량 생산과 수출 중단을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열었다. 여기서 논산의 갈등은 성격이 바뀐다. 지역에서는 “우리 동네 안전”의 문제로, 국회에서는 “비인도적 무기·국제 규범”의 문제로, 정치권에서는 “갈등 관리 실패”의 문제로 다층화된다. 하나의 사안이 세 개의 언어로 말해지면, 사실관계는 더 복잡해지고, 감정은 더 쉽게 자극된다.
8. KDI의 ‘반전’ : 영주시 MOU와 논산시 ‘드론 R&D’ 구상
KDI는 2025년 12월 15일 경북 영주시와 2,200억 원 규모 방산 제조시설 투자 MOU를 체결했다. 반면 12월 17일에는 논산의 기존 공장은 안전시설을 보강 유지하고, 새로 조성하는 약 6만 평 부지에 드론‧로봇 등 첨단 비폭발 기술 중심의 R&D 및 생산시설 중심으로 확대해 최대 2,000억 원 규모로 투자 확대를 추진한다고 발표했다. 이 흐름은 ‘철수’와 ‘확대’가 동시에 존재하기에 정치적으로 오해하기 매우 쉬운 구조다. 이를 놓치지 않은 백성현 시장은 바로 “논산이 쫓아냈다 → 영주로 갔다”, "시민의 반대로 기회를 놓쳤다"라는 메시지를 냈다. 논산이 필요한 것은 '감정적인 정치적 논평'이 아니라 '논리적인 팩트 정리'다. 그렇지 않으면 '프레임'이 '사실'을 이긴다. KDI는 '생산기지 재편과 투자 포트폴리오 조정'이라고 설명하고 있다. KDI 보도자료에 따르면 "경북 영주에 신설되는 KDI 공장은 논산과 무관하게 대전‧보은에 분산돼 있던 재래식 무기체계 생산라인을 통합 이전하는 성격"이라는 것이다.
9. “시민이 비겁할 때 논산은 무너졌다” 발언의 파장…행정 책임의 언어인가
“통곡합니다. 논산시민이 답해야 합니다. 이런 날이 올까 봐 노심초사 피를 토했는데 결국 이렇게 되었습니다. 논산시민이 비겁할 때 논산은 무너졌습니다.” 백성현 시장의 이 발언은 매우 큰 후폭풍을 낳을 수밖에 없다. 행정 책임자가 시민을 대상으로 ‘비겁’이라는 낙인을 찍는 언어는, 어떤 정책 성과보다 더 깊은 상처를 남긴다. 시장은 논산시 행정의 최종 책임자다. 성과는 시민과 나눌 수 있지만, 실패는 시민에게 전가할 수 없다. 더구나 시민이 던진 것은 ‘반대’라기보다 ‘질문’이었다. “무엇을 만들 것인가, 위험은 무엇인가, 아이들의 안전은 누가 보장하는가, 절차는 정당했는가.” 그 질문에 답해야 하는 주체는 시민이 아니라 행정과 사업자다. 만약 시가 KDI의 재편 구상(영주 이전 성격, 논산의 드론 R&D 확대)을 사전에 알고도 설명하지 않았다면 책임 회피의 문제이고, 몰랐다면 무능의 문제다. 어느 쪽이든 시민에게 분노를 돌릴 명분이 되기 어렵다.
10. ‘시민을 갈라치는 위험한 통치’…심리적 내전 상태
배용하‧이광재 위원장에 따르면 “백성현 시장은 논산시의회 행정사무감사를 참관하고 나오는 시민단체 회원들에게 손가락질을 하며 ‘불순세력’, ‘의원들이 불순분자에게 속았다’고 말하며 논산시민들을 갈라치고 있다"고 말했다. 또한 2025년 초 논산아트센터에서 열린 시공무원 월례회에서는 “시정에 발목 잡는 사람들 때문에 발전이 저해된다. '발붙이지 못하게 해 달라'는 발언이 있었다"고 덧붙였다. 이 대목이 중요한 이유는 갈등을 관리하는 행정의 태도가 “대화와 설득”이 아니라 “낙인과 배제”로 읽히는 순간, 사회는 ‘심리적 내전’ 상태로 접어들기 때문이다. 찬반이 갈리면서, 다음은 “누가 정상 시민인가”라는 낙인 싸움이 시작된다. 그때부터 공동체는 회복이 더 어려워진다. 무엇보다 안타까운 점은 '폭탄공장을 반대하는 시민도 논산시민'이라는 자명한 진실이 정치적 프레임과 이익 앞에 묻히고 있다는 것이다. 누군가에게는 권력의 정당성을, 또 누군가에게는 산업적 경제효율을 의미하는 이 공장은, 그러나 이곳 주민들에게는 삶의 터전과 안전을 뒤흔드는 생존의 문제다. 도대체 왜 우리는 이들의 목소리에 귀를 닫고 있는가? 왜 그들의 고통을 ‘시끄러운 소수’의 주장으로 치부하는가? 광장에서 절규하는 '몫 없는 자'들의 목소리는 단지 반대의 외침이 아니다. 그것은 안전을 바라는 간절한 요청이며, 정의로운 행정을 요구하는 시민의 마지막 권리이다
11. “찬반을 넘는 공론의 장”…논산시의회 <국방특위>의 의미
2026년 1월 20일 논산시의회는 국방산업 전반을 점검하기 위한 '국방산업발전특별위원회'를 구성했다. 의원들의 발언 요지는 공통된다.
즉 다수 여러 의원들은 “옳고 그름을 가리기 전에 사실을 공유하고 공론의 장을 열어야 한다”고 말한다. 이는 지금의 논산에 필요한 최소 조건이다. 상대를 이기는 것이 아니라, 지역 전체가 손해 보지 않는 길을 찾는 것. 그러나 1월 26일 논산시는 특위 활동계획안에 대해 재의 요구를 했다. 이 장면은 갈등의 끝이 아니라, 갈등이 ‘제도’와 ‘권한’의 충돌로 확장되는 또 다른 출발점이 됐다.
12. 논산시민이 다시 묻는다: “이 갈등을 누가 이용하는가”
양촌 KDI 논란은 ‘찬반’의 문제가 아니다. 신뢰가 깨진 행정, 불충분한 정보, 거친 언어, 절차의 균열이 쌓여 지역을 갈라놓은 사건이다. 지금 논산에 필요한 것은 두 가지다. 생산품·공정·위험물·수송·안전대책·평가자료 등 핵심 정보의 투명한 공유의 ‘사실의 공개’와 찬반 프레임이 아니라, 안전·절차·경제효과를 같은 무게로 검증하는 테이블의 ‘공론의 복원’이다. 시민들은 크고 강렬하고 비일상적인 것 보다 사실은 반복되는 소소한 일상 자체의 행복을 진정한 행복으로 느끼고 있다. 왜냐하면 삶 자체가 사실 습관이고 그 습관이 행복한 사람이 진정 행복한 사람이기 때문이다. 이와같이 시민들의 행복은 기쁨의 ‘강도’가 아니라 ‘빈도’이기에, 시장은 사회적으로 시민들이 행복한 습관을 누릴 수 있는 플랫폼을 제공해야 한다. 정치는 갈등을 이용해 자랄 수 있을지 모르나, 공동체는 갈등 속에서 쇠퇴한다. 공동체의 발전은 누군가를 희생시켜서 완성되는 게 아니다. 가장 낮은 곳의 목소리까지 품어낼 때 비로소 완성되는 것이다. 지금 우리가 선택해야 할 것은 '누가 이기느냐'가 아니다. 논산시민 모두가 함께 이기는 길이기에 권력자의 편향된 갈등의 논리 보다 고요히, 단호하게 광장에 서 있는 시민들의 절규와 침묵에 귀 기울여야 한다.
- 전영주 편집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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